DK COLUMN 

 

 

 OM과 OT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나도 지난 11월부터 정식으로 '노인'이 되었다. 이제는 지하철도 무료로 탈 수 있고, 주말에 등산을 가도 입산료를 내지 않는다. 경복궁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동회에서는 한 달에 얼마씩 교통비를 준다는 전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짜가 옛날처럼 신이 나는 것이 아니라 무척 당혹스럽다. 지하철 매표구에서 우대권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아직은 쑥스럽고, '노약자석'에 앉아 있기도 편치 않다. 젊은 사람이 자리를 양보해 주면 더욱 민망하고, 게다가 '할아버지'라고 하면서 자리를 내주면 정말 몸둘 곳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승객이 많은 지하철을 타면 항상 출입문 근처에서 마치 당장이라도 내릴 것 같은 자세를 취한다.

  옛날에는 '늙었다'는 말에 존경의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즘은 쓰지 않는 존칭인 '노형(老兄)'이 그 한 가지 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인(old man/woman)'이란 말 대신 '상급시민(senior citizen)'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지하철이나 버스에는 '노약자'란 말 대신 '시루바 시토(silver seat)'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우리 지하철도 '노인'들의 무료지하철 티켓을 '노인권'이라고 하지 않고 '우대권'이라고 한 것을 보면,  언젠가는 '노약자석' 대신 그럴듯한 이름으로 바꿀 것이 틀림없다.

  그럼 아마추어무선의 'OM'은 '노인(old man)'이 아닌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르스부호로 남자를 어떻게 표시할까 하고 고민하다가 '- --'로 정하고, 편의상 그렇게 설명해 놓은 것이 아닐까. 사실 모르스부호로 남자를 표시할 때 '- --' 이상 적합한 것은 없다. 키를 치면서 들어보면 무뚝뚝한 남자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자를 표시하는 '--.- .-..'(YL) 역시 그 이상 적합한 것은 없는 것 같다. 키로 치면서 들어보면 무언가 화려하고 음악적인 느낌까지 풍기기 때문이다.

  어쨌든 OM이나 YL에는 나이의 개념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아무리 어린 초등학생일지라도 남자이면 OM이고,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도 여자면 YL이다. XYL은 '미스(Miss)'와 '미시즈(Mrs.)'를 구분하던 영어의 관습에 따랐을 것이다. 요즘은 그것도 성차별이라고 해서 '미즈(Ms)'란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아마추어무선에서도 그런 구분이 사라질지 모른다.  

  'OT(old timer)' 역시 나이와는 무관한 것이다. 일찍 햄을 시작했으면 젊은 OT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존칭으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이 말 자체에는 그런 의미가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OT님'은 무척 어색한 것이고, OM이나 YL로도 충분하다. 원래 햄의 세계에서는 나이에 관련된 존칭을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 언어관습상 꼭 필요하다면 그 뒤에 '님'만 붙이면 될 것이다.

  나는 당시로서는 비교적 늦게 햄을 시작했기 때문에 명실공히 '노인 OT'이지만, 정작 OT들의 모임에 가면 '새까만 OT'가 되어버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른바 '두 자리 콜' 중에서 A에서 C콜까지의 OT들은 우리나라 아마추어무선의 역사 그 자체다. 지난 11월 10일, 연맹의 연례행사인 OT모임에 가서도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날 OT로서 초청을 받은 사람은, 미국으로 간 송형석(HL1CG) OM을 제외하고는, 작년에 나왔던 그대로 거의 모두 참석했다. 항상 그랬듯이 화제의 중심은 아마추어무선이었다. 이야기는 박성근(HL1AQ) OM의 리니어 앰프 출력이 얼마냐 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출력제한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아마추어의 신조'도 화제가 되었다. 이 신조를 만든 사람은 KARL 개척자의 한 사람인 조동인OM이었다는 사실은 금방 확인되었다. '아마추어는 전기의 위험을 잊지 않는다.'가 신조로서 적절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벼락은 전기가 아니냐'에서, '220V로도 죽는다'까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역사적 전통으로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나 역시 우리 아마추어무선 역사와 전통의 일부로서 '아마추어의 신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공식 행사에서 손을 들고 이 신조를 낭독하는 것은 군사문화의 잔재 같다는 의견을 표시했는데, 다른 OM/YL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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