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아마추어무선 지키기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대테러전쟁에서 발견한 흥미 있는 사실의 하나는 탈레반군이나 북부동맹군이 모두 2m 핸디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능은 그보다 몇 배 비싼 군용 무전기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반경 수km 이내의 거리에서 교신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값도 싸고, 어느 면에서는 군용무전기보다 더 편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간 전사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투항을 권고하고 협상을 하는 데도 채널을 지정해 놓고 이 무전기로 교신했다고 한다. 아마추어무선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우리들이 쓰는 장비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자랑해야 할지, 아니면 걱정을 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2001년 12월 26일부터 아마추어무선국을 통해 기상정보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기상청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이미 서울 (6K0CE), 부산(6L0UX), 광주(6L0OD), 대전(6N0MX), 강릉(6L0KY), 제주(DS0RV), 춘천(6L0KZ), 대구(6N0YY), 울진(6N0YZ), 목포(6L0OB), 여수(6L0OC), 서산(6N0MY), 군산(DS0QP) 등 13개 지역에 기상정보 서비스를 위한 아마추어무선국을 개설했고, VHF대와 UHF대에 2개의 주파수를 확보하였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또 앞으로 2년 간, 26개국을 더 만들어 모두 39개의 아마추어무선 기상정보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헷갈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방송국처럼 기상정보를 일방적으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고, 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해서 통상적인 통신수단이 두절되었을 경우 기상정보를 제공하거나, 햄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체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2개의 주파수를 확보했다'는 이야기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서울의 6K0CE국이 144.820MHz에서 계속 교신을 하고 있던 것을 보면, 이 주파수를 앞으로 집중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어떤 무선국도 리피터나 호출/비상통신주파수를 제외하고는 아마추어무선 주파수를 확보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 동안 이 주파수는 DX클럽에서 정보교환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런 수준의 가벼운 '확보'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기상청의 아마추어무선국을 이용한 정보서비스계획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아마추어무선의 발전추세에서 보는 시각으로, 그곳에는 분명히 환영할 만한 부분이 있다. 순수한 취미와 자기훈련으로 시작된 아마추어무선이지만, 이제는 자기가 속해있는 지역사회는 물론, 인류와 지구 전체를 위한 봉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전파라는 인류공동의 귀중한 재산을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다른 한 쪽에는 우리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측면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주파수대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값비싼 것이다. 그래서 이 주파수대를 빼앗아가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고, 또 지금도 진행중이다. 지방자치단체, 소방서, 경찰서 등 정부관서에서도 긴급통신이나 공공봉사라는 명목으로 우리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긴급통신이란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아마추어무선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언젠가는 아예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IARU가 아마추어무선의 UHF 주파수대 일부를 공유하여 인공위성으로 지구환경을 감시하겠다는 UN의 EEES계획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주파수대에 침입하고 있는 상업 또는 국영방송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IARU 3지역의 최근 감청보고서를 보면, 지난 8월에도 아마추어무선 주파수대에 방송이나 데이터신호가 여전히 침입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평양방송은 3,560KHz, 14,125KHz, 14,250KHz, 14,280KHz, 21,420KHz 등의 주파수에서 나오는 것으로 되어있다. 외국에는 연맹기구나 자원봉사자들이 이런 전파를 집중적으로 모니터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들의 권리에 대해서 무심하다는 말일 것이다.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차 우리의 생존과도 관계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02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