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인터넷과의 공존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얼마 전에 우연한 기회에 어느 인터넷 모임의 등산반에 가입했다. 가입자격은 일정한 연령 이상이어야 하고, 약간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한다는 것뿐이었다. 이 글을 쓰기까지 그 회원들과 함께 태백산 무박산행을 포함해서 세 번 산에 다녀왔다. 그때까지 나는 인터넷 상의 모임이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부정적인 견해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느 다른 모임 못지 않게 공간을 뛰어넘어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의 모임을 알고 난 다음 나는 오히려 우리 아마추어무선의 장래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격은 비록 다를지라도, 여러 분야에서 우리들의 취미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여러 면에서 더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 새로운 통신매체의 도전에 대해서 우리는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내가 놀란 것은 그 왕성한 전파력이다. 이 모임은 컴퓨터와는 비교적 친근하지 않은 40대 이상으로 연령층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국회원이 4,800명이나 되고, 생긴지 얼마 안된 등산반만 해도 회원이 600명이 된다. 등산반은 작년 말에 내가 가입할 때만해도 400명밖에 안 되었었다. 세계에서 가장 보급률이 빠르다는 우리나라의 인터넷발전 상황을 고려하면 이 모임의 회원도 앞으로 가속적으로 불어날 것이 틀림없다.  

  2000년 10월 중국 난징에서 열렸던 제 10회 ARDF 세계선수권대회와 2001년 8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서 있었던 제 4회 IARU 3지역 ARDF 경기대회에 따라갔다가 디지틀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그 동안 미국의 어느 사진사이트에 올려 두고, 이메일 주소를 아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주고 있었다. 얼마 전 KARL 홈페이지가 개장되었을 때, ARDF위원회 페이지에 이 사이트를 링크해놓았더니 며칠 동안에 80회가 넘는 조회가 있었다. 이 두 사진은 지금까지 각각 1,000 회와 8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 ARDF위원회 페이지에서는 전파를 통한 교신보다 더 활발한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햄들 사이의 우정이 일종의 동질성에서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파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그 것을 취미로 즐기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남다른 유대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런 절차나 과정 없이 가볍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도 놀랄 만큼 화목한 우정이 발전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컴퓨터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텔레비전이나 휴대폰을 사용하는 정도의 거의 일상적인 활동이다.

  지금까지 특히 우리나라의 아마추어무선은 소수의 동호인적 취미로부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대중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아마추어무선은 이미 휴대폰이나 인터넷 같은 새로운 매체의 편리성에 대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햄들의 모임에서도 VHF 핸디보다는 휴대폰으로 서로 연락하는 것이 더 편리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산에 가도 웬만한 곳은 거의 모두 휴대폰으로 통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아마추어무선으로 만났던 국내나 외국의 햄도 이제는 전파보다는 인터넷으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더 많다. 인터넷의 모바일화가 더 진행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마추어무선에도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KARL 홈페이지도 단순한 정보교환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QSL 확인이나 발행 등 햄활동에 부수되는 업무와 함께 연맹을 운영하는 제도의 일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맹의 선거나 주요 의사결정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전자정부를 내걸고 있는 정부기구가 우리보다 앞서 있다.

  또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그 동안의 양적인 확장정책을 다시 검토해서 질적인 전환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다. 앞으로는 단순히 통신용 도구로서 사용하기 위해 햄을 하려는 사람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을 포함해서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초기의 햄처럼 개인적인 취미 중심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인 변화에 따른 대응일 뿐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03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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