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P5가 열리는 날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요즘 북한이 다시 DX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아마추어무선연맹(ARRL)이 지난 4월 2일, 유엔의 FAO(세계식량기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루지아인 에드 지오르가제(4L4FN)가 평양에서 운영한 P5/4LFN과의 교신을 유효한 DXCC 컨트리로 인정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ARRL이 북한에서 운영한 아마추어무선을 인정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ARRL은 1997년에도 세계적인 DXer인 마티 레인(OH2BH)이 나진-선봉지역에서 운영한 PK5국을 인정한 일이 있다. 이 무선국에 대해서는 북한당국의 정식허가가 없었다는 비판이 있었고, 실제로 마티의 주장에는 몇 가지 모호한 내용이 있었지만, 어쨌든 최초의 PK5 운영으로 인정받았다.   

  지오르가제는 FAO직원으로 평양에서 일하면서 2년 동안 끈질기게 북한 당국에게 아마추어무선 운영허가를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작년에 그는 '구두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고, ICOM의 IC-706MKIIG 한 대를 평양으로 반입했다. 그는 묵고 있는 호텔 옥상에 버터넛 버티컬 안테나를 세우고 11월 초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주로 21.225MHz에서 교신을 하기 시작했다.

  ARRL 어워드위원회는 비록 "구두허가"이긴 하지만, 지오르가제가 제출한 확인서의 진실성을 인정했다. DXCC 규칙 7은 "모든 아마추어무선 운영은 적절한 행정부 관리의 완전한 승인과 이해를 받은 다음에야 수행해야 한다. 교신 인정은 당국의 허가를 받았다는 적절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 한한다."고 되어 있다. 지오르가제는 RTTY도 운영했지만, 일단 SSB교신만 인정받았다. P5/4LFN의 QSL매니저인 브루스 페이지(KK5DO)는 6,000국 이상의 교신 중에서 2,900국에 대해서 5월부터 QSL 카드를 발송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제 아마추어무선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거의 같은 시기에 "구두허가"를 받고 평양에서 DX피디션을 하려던 다른 시도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데일리 DX에 의하면, 흐레인 밀로세비츠(YT1AD)가 북한당국의 양해 아래 평양으로 DX피디션을 갔다가 군인들의 저지를 받고 포기했다는 것이다. 밀로세비츠는 3월 5일 보야 카푼(YU7AV)과 함께 장비를 가지고 평양에 도착해서 북한 통신부와 외무부 관리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양각도호텔에 묵었다. 이들은 47층짜리 이 호텔 40층에다 장비를 설치하고, 북한당국으로부터 받은 호출부호 P5A로 운영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이들은 군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 허가는 3월 5일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날이 되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초조하게 밴드를 훑어보았다. 자기들의 호출부호를 사용하는 가짜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결국 군인이 나타난 것은 3월 10일. 그 군인은 통고가 있을 때까지 무선국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밀로세비츠와 카푼은 더 기다려 보아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평양을 떠나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다시는 북한으로 DX피디션을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두 사례를 보면 북한은 아직 아마추어무선에 대해서 확실한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통신을 관장하는 행정부와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군부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바깥세계의 사정을 그래도 알 수 있는 행정부 관리들은 아마추어무선의 마지막 오지라는 불명예를 벗고, 개방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실질적인 지배세력인 군부는 그들 체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개방도 허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금강산에서는 전쟁으로 흩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렵게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 네 번째 이산가족 재회 역시 남북화해를 위한 전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행사 역시 기본적으로는 남북대결의 연장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의심을 풀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의 하나는 북한이 외국인들에게만 편법으로 "구두허가"를 내줄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 햄을 초청해서 온 세계를 향해 CQ를 외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06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