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디지털 카메라와 햄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시간이나 관심의 강도로 따진다면 요즘 내 취미의 1 순위는 단연 디지털카메라다. 몇 년 전 요코하마에서 열린 햄페어에 갔다가 니콘의 쿨픽스 950을 산 이래 해마다 새 모델로 바꾸고 있을 정도로 빠져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마추어무선은 뒤로 밀려난 셈이지만, 두 취미는 병립할 수 있고, 고향과 마찬가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달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에 빠진 한 가지 이유는 기술이나 장비가 거의 확립된 아마추어무선과는 달리 새로운 매체이고, 무서운 속도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본적인 햄장비는 야에스 FT-900과 켄우드 TM-V7 그리고 핸디 몇 개다. 모두 오래 된 장비이지만 요즘 나오고 있는 것과 기본적인 성능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요즘도 KARL지가 나올 때마다 열심히 광고페이지를 보지만, 이거라고 감탄할만한 장비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 CQ지를 보는 즐거움의 하나도 신제품 광고였다. 하기야 수 십 년 된 콜린스사의 장비들이 그 묵직한 신호로 아직도 존경을 받고 있지 않은가.

  디지털카메라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따지면, 가격은 고정되거나 떨어지는 상태에서 해마다 그 성능이 거의 두 배씩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회사 중에는 반년마다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는 곳도 있다. 당연히 컴퓨터나 마찬가지로 새로 나온 제품에는 버그가 있게 마련이고, 리콜을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이 흐름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인터넷을 뒤져보아야 한다. 그래서 컴퓨터를 키면 디지털카메라 관계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이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곳은 영국의 디지털카메라 사이트인 dpreview.com이다.  

  며칠 전, 니콘에서 한꺼번에 세 종류의 새 디지털카메라를 발표했다. 그 동안 사용하던 카메라에 대한 불만이 쌓여 다른 모델로 바꾸려고 하던 참이었으므로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세 모델을 둘러싸고 활발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내 눈을 끈 것은 "이 포럼은 햄레디오 같네요." 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었다.

  "이 디지털카메라 포럼과 아마추어무선과 비슷한 점이 많군요. 우호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공통의 관심사를 토론하고 있네요. 여기서도 어떤 사람이 앞장서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술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군요. 이 포럼의 한 가지 장점은 오랫동안 접속하고 있지 않아도 귀중한 토론에서 소외될 우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모르스코드를 배우고, 시험에 합격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포럼에 햄이 많이 참가하고 있나요? (물론 돼지고기 이야기는 아닙니다 :O)"          

  이틀 동안에 20여개의 답글이 붙었다. 주로 미국인이었지만, 캐나다, 독일, 네델란드의 호출부호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도 햄을 하느냐고 딴죽을 건 햄도 있었다. 나도 짤막한 답글을 올렸다. "CQ CQ CQ"라는 낯 익은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미국의 햄은 70년대 중반부터 WAC를 했다고 하면서 지금은 사진으로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STV가 아마추어무선과 디지털카메라를 통합할 수 있는 궁극적인 취미라고 권했다.

  내 답글에는 평택에 살고 있다는 데이비드(KI6NW)란 사람이 답글을 붙였다.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더니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지난 겨울에 찍은 태백산의 기막힌 설경을 비롯해서 설악산과 사찰 등 여러 곳의 사진이 있었다. 사찰 등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양도 많이 찍어 놓았다. 아직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이 것이 인연이 되어서 앞으로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전개될지 상상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 동안 나는 한참 샛길로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손오공의 경우처럼 삼장법사의 손 밖은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디지털카메라로 햄에 공헌한 것은 몽골이나 중국에서 열린 ARDF에 참가했다가 찍은 사진을 서비스한 것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햄생활의 일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결국 우리 햄들에게 취미의 영원한 고향은 아마추어무선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07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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