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서해해전에서 생각나는 것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무척 오래 된 일이지만 우리 해군 고속정(Patrol Killer Medium)을 타 본 일이 있다. 그 동안 다른 나라 해군에 제공되기도 하고, 신형으로 대체되기도 했기 때문에 지난 6월 말 북한군 초계정의 공격으로 침몰한 비운의 357호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해군에서 주선한 백령도 탐방 때였는데, 인천의 2함대사령부를 출발하여 고속정과 구축함을 갈아타면서 갔다 오는 일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백령도는 민간 여객선으로는 거의 하루 종일 가야 하는 뱃길이었다. 그 때까지 나는 해군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관광지에 세워둔 배 이외에는 군함을 타볼 기회도 없었으므로, 모처럼의 기회를 이용하여 우리 해군 함정을 찬찬히 드려다 보았다.

  구축함은 백령도로 가는 도중 점심시간에 잠시 탔고, 돌아보기에는 너무 커서 별로 인상이 남은 것이 없다. 백령도 왕복 항행의 대부분은 참수리 고속정이었다. 승무원이 25명인 그 170t 짜리 고속정은 의외로 작고 좁았다. 장갑판도 두껍지 않았고, 정장의 자리가 있는 브리지의 방호시설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배는 이름 그대로 빠른 속도만이 주생존수단이었다. 최고속을 낼 때는 터빈엔진을 쓴다고 하는데, 기름소모가 커서 순항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웨덴 보포스사 40mm 주포는 120mm 전차포에 익숙해져 있는 눈에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대공화기로 개발된 20mm 발칸포 역시 이 배가 본격적인 해전용 전투함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배를 운영하고 있는 장병들은 감동적이었다. 나는 그들의 생활을 가능한 한 경험해 보기 위해 일부러 뱃멀미를 막는 스티커를 사용하지 않았다. 큰 배가 지나갈 때마다 병사들이 갑판에 정렬해서 경례를 하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게 보였다.   

  나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통신장비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무척 실망했다. 요란한 엔진소음 속에서 잡음에 묻힌 신호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허리를 굽혀 스피커에 귀를 갖다대고, 마이크에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게 보였다. 포탄이 나르는 실전 속에서 이런 통신시설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어떤 경우에는 차라리 우리 2m 핸디가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물이 없는 해상은 2m 핸디에는 이상적인 조건일 것이기 때문이다. 거의 10년 전 일이지만, 군의 장비는 일반적으로 개선되는 속도가 느린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금도 사정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설명에 의하면, 결국 이번 서해해전에서 지휘-통신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근처에 있던 고속정 편대장이 357함의 피해를 '사망자 5명'으로 보고한 것을 함대사령부 상황실에서는 '사상자 5명'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함대사령부에서는 우리 쪽 피해가 적에 비해 경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작전을 조기에 종료, 우리 고속정들의 반격으로 상갑판부가 파괴된 북한 경비정이 예인되어 돌아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 것이 사실이라면, 통신상 글자 하나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이런 착오를 방지하기 위한 교신절차가 마련되어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역시 오래 전 일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주한미군 병사들이 폰패치로 본토에 있는 가족들과 교신을 하던 때가 있었다. 이 때 중계를 해 주는 사람은 모두 햄이지만, 전화를 연결하여 이용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비록 면허가 없는 사람이나 어린이들도 제대로 무선통신 교신절차에 따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평상시부터 무선통신절차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통신에서는 신속성과 함께 정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들이 취미로 즐기고 있는 아마추어무선에서도 이 같은 기본원칙이 적용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호출부호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포네틱 알파벳 같은 것이다. 콜사인을 주고받고 리포트를 확인하는 것도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버'나 '라저' 같은 용어도 교신 중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확한 통신을 위한 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평상시 교신을 할 때도, 좀 어색하고 귀찮더라도 반드시 규정된 교신절차나 확립된 관습을 따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09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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