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태풍 루사의 교훈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타이말로 '사슴'이란 뜻의 15호 태풍 루사가 지난 8월 말 엄청난 피해를 남겨놓고 한반도를 관통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설과 재산. 농작물의 천문학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인명피해만 150명이 넘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피해지역과 통신이 회복되는 대로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고, 어쩌면 그것은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대형 천재로 기록될지 모른다.

  기묘하게도 이번 재난에 대한 관심은 우리 햄들 사이에서 먼저 일어났다. 8월 27일, 어느 햄이 우리 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 2m 밴드에서 일본 신호가 들린다는 이야기를 올리자, 대구의 HL5FVG(김진희)가 즉각 곧 태풍이 올라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설명대로 2m 밴드에서 갑자기 DX신호가 들리는 것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리층에 E 스폿이 생겨, 일종의 도파관처럼 전파를 먼 곳까지 보내주기 때문이다. 태풍이 몰고 오는 두꺼운 구름층이 바로 이 E 스폿 방생과 관계가 있는 것을 생각되고 있다. 그리고 E 스폿은 갑자기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여 DX를 하려면 상당한 행운이 필요하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한 듯, 대구를 기준으로 태풍이 오키나와 남쪽 1,000~300km 거리에 있을 때 그런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고 하면서, 틀림없이 며칠 후 태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예언은 정확했다. 그러나 그 태풍의 피해가 이헉게 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 기상청에서도 기상위성 같은 것을 통해 이 태풍의 정보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 예보를 통해 경고도 했지만, 이에 앞서 김천지방을 중심으로 큰 홍수피해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설마 그런 재난이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을 했던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태풍은 강릉지방에 하루에 870.5mm라는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놓았고, 여러 지역의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었다.

  이 태풍 진행방향의 왼쪽에 있던 서울에서는 이 태풍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으므로 텔레비전보도 이외에는 그 심각성을 알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무전기를 켜보았지만,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2m밴드에서는 남양주시청의 교신을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연맹 홈페이지에서도 특별한 활동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강릉에서는 7,0670kHz에서 활발한 활동이 있었다는 소식을 읽을 수 있었다. 모르긴 하지만 김천 등, 다른 수해지역에서도 햄들의 활동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 텍사스에서도 6월 30일에서 7월 6일 사이에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큰 비가 쏟아져 48,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 동안 가뭄으로 고생하던 중부 텍사스의 한 지방에서는 900mm나 되는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ARRL(미국아마추어무선연맹)뉴스에 의하면, 이때 150명의 햄이 ARES(아마추어무선 비상서비스)을 통해 이재민 구호활동에 통신지원을 했다고 한다. ARRL의 남부텍사스지부장 레이 테일러(N5NAV)의 말에 의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전화나 휴대전화가 두절되었기 때문에 단파통신만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통신수단이었다고 한다.

  우리 경우에도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전화선이 절단되고, 휴대폰중계시설도 침수된 곳이 많기 때문에 사정은 비슷했을 것 같은 데, 아마추어무선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 확인할 길이 없다.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므로 이번 기회에 사례를 수집해서 자료로서 남겨두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해가 있을 때마다 햄들의 봉사활동이 단편적으로 보도된 것이 많이 있으므로, 그것도 수집해서 정리해 두면 앞으로 그런 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재난지원통신제도도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회봉사활동은 햄이 개척해야 할 중요한 분야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아마추어무선의 존재이유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충분하지 못하다.

  ARRL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비상(재난)통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9월 1일자 뉴스에는 9-11사건에 대한 교훈으로,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아마추어무선'이란 표지가 들어간 조끼와 재킷 그리고 가방을 판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10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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