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신의주 특구에 거는 기대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요즘 한반도 정세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서해에서 남북한 해군 함정 간 교전으로 양측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사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휴전선으로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다시 연결하려는 공사가 9월에 시작되었다. 이런 행사는 처음은 아니지만, 이 번에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행사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부산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게임에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수백 명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국제적 스포츠행사에 남북대표단이 공동으로 참가한 일 역시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동안 기피했던 남한으로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까지 보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더욱 놀라운 일은 신의주에 건설된다는 특별행정구다. 북한이 절망적인 경제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모험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 도시를 외국인에게 사실상 송두리째 넘겨준다는 것은 그동안 "민족"과 "자주"를 내세웠던 북한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행정특구를 운용할 양빈장관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해서 누구든지 이곳을 방문해서 홍콩과 흡사한, 어느 분야에서는 더 광범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여기에는 당연히 아마추어무선운용도 포함될 것이다. 그 동안 세계적인 교신 희귀지역으로 햄들의 애릍 태웠던 북한이 싱겁게 열리는 것이다.

  신의주에서 아마추어무선국이 운용된다면, 지금까지 ARRL이 인정했던 두 차례의 P5교신보다는 훨씬 더 합법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ARRL이 1997년 처음으로 유효한 DXCC 컨트리로 인정한 마티 레인(OH2BH)의 나진-선봉지역운용이나, 지난 4월 에드 지오르가제(4L4FN)가 평양에서 운용한 P5/4LFN 등 두 가지 사례가 모두 북한정부의 정식 허가 없이, 일선 실무자의 묵인 아래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지오르가제는 지난 7월, 레디오 오스트리아 인터뷰에서 그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8년 12월, 유엔의 FAO(식량농업기구) 직원으로 북한에 파견된 그는 아마추어무선 운용허가를 몇 차례나 신청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송신은 하지 않고 듣기만 하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런 조건으로 베이징에서 장비를 평양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다. 한 동안 수신만으로 만족하면서도 계속 운용허가를 요청하고 있던 그에게 어느 실무자로부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길에 나가 보면 횡단금지 표지가 있어도 건너가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 지오르가제는 그 말을 듣고 리니어를 추가하는 등 장비를 정비해서 2001년 12월부터 P5/4LFN 운용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추가 운용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북한당국이 뒤늦게 알고 금지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DXCC에 대한 ARRL의 원칙은 실제로 현지에서 운용해야 하고, 해당 지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허가는 문서로 된 정식허가를 의미하지만, 그런 것을 얻을 수 없을 경우, 최소한 당국의 묵인이 있었거나, 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디든지 장비를 가지고 가서 운용하고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ARRL은 P5/4LFN에 대해서도 공식 허가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장비도입 단계부터 당국의 묵인이 있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DXCC 컨트리로 인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P5의 희귀성은 이미 이 같은 두 차례의 DXCC 인정으로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P5/4LFN은 6,000국 이상과 교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의주특구 운용이 실현된다면 북한은 더 이상 희귀지역으로서 이름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어느 경우에도 우리들은 뒤처져 있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이다.

  우리도 가능한대로 신의주 특구운용을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편법보다는 북한당국의 정식허가를 받아 운용하는 최초의 햄이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끈기 있게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화해와 개방의 의지가 있다면 우선 아마추어무선의 상호교류만큼 효과가 있고, 위험부담이 적은 분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주었으면 한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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