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산에서 햄을 즐기며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나는 스포츠체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한 운동은 꾸준히 계속해 온 셈이다. 대학 시절에는 주말에 북한산 백운대를 중심으로 등산을 했고, 군대를 다녀와 신문사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사이클링과 테니스를 했다. 사이클링을 하게 된 것은 등산이 모처럼의 휴일을 완전히 빼앗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 내가 살던 진관외동에서는 문산까지 통일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고, 차량이 별로 없어 사이클을 타기에 아주 좋았다.

  그러나 그 후 차량이 급격히 늘어나 통일로는 자전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해졌다. 그래서 뒤늦게 시작한 것이 테니스였다. 바로 집 근처에 테니스코트가 있었기 때문에 잠깐 나가서 공을 치고 돌아올 수 있었고, 그 이래 지금까지 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실은 지금 살고 있는 강남의 일원동으로 이사 올 때도 우선 알아본 것이 안테나 타워를 세울 수 있느냐는 것과 근처에 테니스코트가 있는지 여부였다.

  등산을 다시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회사 산악회를 따라 덕유산에 올라갔던 일이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관광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따라 나섰다가 혼이 났다. 정상 얼마 남겨두고 계단에서 다리에 쥐가 나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배낭을 들어주고야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순발력 위주의 테니스와는 전혀 다른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 나는 주말에는 가능한 한 등산을 하게 되었다.  

  산에 갈 때는 항상 2m 핸디를 가지고 간다. 고속도로에서 큰 도시 옆을 지날 때나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들어보기도 하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산에 올라갈 때도 스캔을 하면서 누가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 처음에는 ICOM의 T-7을 가지고 다니다가, 산에서 잃어버린 다음에는 YAESU의 VX-1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주먹 안에 들어갈 만큼 작고, 출력도 500mW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위치만 잘 잡으면 상당히 먼 곳까지 교신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록은 창녕의 화왕산 자락에서 덕유산 설천봉까지 교신을 한 것이다.

  가장 감격적이었던 것은 2년 전, 처음 소백산에 올라갔다가 아이볼을 한 일이다. 나는 희방사에서 연화봉-비로봉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역코스로 오던 하정석(DS1HGD)OM과 교신이 되어 연화봉 부근에서 만난 것이다. 때마침 철쭉제 기간이라 산에는 등산객이 많았지만, 배낭 멜빵에 매달린 핸디를 확인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지난 5월 24일에도 소백산에 갔다. 소백산은 작년에도 한 번 갔고, 그것이 세 번째였다. 나는 단양 쪽 어의곡리에서 소백산 비로봉으로 올라가 연화봉-희방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밟다가, 소백산 철쭉제 행사 홍보국 DT03SRF와 교신했다. 마침 안준원(DS5WQT)OM이 있었다. 실은 소백산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KARL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렸던 그의 글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2년 전에는 죽령에서 홍보국을 운영했는데, 이번에는 영주시에서 운영중이라고 했다.   

  그 전 주에는 지리산 바래봉을 가다가 팔랑치 주차장 근처에서 우리가 타고 있던 버스 바로 앞에서 가고 있는 승용차 후미에 콜사인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DS4OML이었다. 불러보았더니 즉각 응답이 왔다. 서로 이동중이라 아이볼은 하지 못했지만, 오래간만에 핸디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점점 더 HF대는 운영하기 힘들어졌다. 공간상태가 터지는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집 주변의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집 주위는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 바로 북쪽에 8층짜리 빌딩이 있고, 남쪽에는 6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올라가고 있다. 18m 높이로 올라가 있는 안테나도 이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는 좀더 적극적으로 산에서 햄을 운영해볼 생각이다. 당분간은 2m 밴드에 주력하겠지만, 장차 안테나도 개량하고, 장비도 강화해서 운영범위를 넓혀보고 싶다. 이러다가 '등산햄'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등산인구의 엄청난 증가를 보면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HL1DK 이남규,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3년 07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