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매미의 교훈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태풍 매미는 실로 우리나라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9월 12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영남지방 일대를 휩쓴 이 태풍으로 인명피해가 130명 가까이 되고, 재산피해는 합계 5조 6천억 원이 넘은 것이다. 지금까지 재산피해의 기록은 작년 태풍 루사의 5조원, 1999년 태풍 올가의 1조 704억원이었다. 여기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천문학적인 재산상 피해보다는 엄청난 인명피해의 규모다.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태풍을 맞고도 일본의 인명피해는 한 명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이 엄연한 사실은 적절히 대응만 했더라면 태풍에 인한 인명피해는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재난관리방식의 일차적인 문제는 재난관리 기능이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것은 모든 재난관리 기능을 FEMA(연방재난관리청)이 통합해서 군부대까지도 동원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뒤늦게 우리 정부도 이번 태풍 매미의 참사를 계기로 재난관리 기능을 일원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 따르면, 그동안 재해대책본부와 사고대책본부로 이원화된 재난관리 시스템이 재난안전대책본부로 통합된다. 구조, 구급 및 현장 수습 등 현장 지휘는 신설되는 긴급구조통제단이 맡게 되고, 중앙긴급구조통제단장은 신설되는 소방방재청장이 맡게 되어 있다.

  여기서 햄으로서 우리들의 관심은 이 새로운 조직에서 운영할 통신망이다. 강력한 태풍이 불어 닥치면 일반 통신망이 마비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유선전화는 선로가 침수되고, 휴대폰은 전원이 두절되어 중계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통신망을 기초로 구성된 재난대응대책은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소용이 없게 되고 만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점을 고려했는지, 정보통신부에서는 통신위성을 이용하는 멀티미디어 재난구조 통신망을 구상하겠다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따르면, 음성통신망이 구성되는 것은 2005년이고, 완전한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은 1010년이라고 한다. 시일도 많이 걸리지만, 실제로 구성된다고 해도, 그런 첨단장비가 실제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왜 재난구조 통신망을 계획하면서 가장 현실성이 높고, 검증된 아마추어무선에 대한 언급이 없을까? 정전 시에도 무선통신망을 운영할 수 있고, 또 그런 경험이 많은 운영요원을 항상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마추어무선뿐이다.

  통신 분야의 선진국 미국에서는 아마추어무선이 재난구조 통신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햄은 9-11 테러, 챌린저호 추락, 동부지방 대정전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많은 활약을 했다. 이들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우리 태풍에 해당하는 허리케인이 닥쳐올 때다. 구세군비상무선통신망(SATERN), 허리케인 워치넷(http://www.hwn.org), 국립허리케인센터의 W4EHW, 워터웨이넷, SKYWARN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조직이다.    

  이번 매미의 경우에도 우리 햄의 재난구조 활동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도 그런 조직이 있고, 홍수피해가 많은 지방자치 단체 중에도 아마추어무선을 활용하는 곳이 있다. 연맹 산하에도 재난통신지원단이 여러 군데 있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번 태풍 매미 재난 때 햄이 활약했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본 것은 KARL 사이트에서 울산지부 햄 22명이 12일 밤부터 울산시청 재해대책본부의 재난통신상황실에 본부를 설치하고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뿐이다. 우리는 좀더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하고, 또 참가했으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널리 알려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아마추어무선이 앞으로 구성되는 통합된 재난관리조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아마추어무선의 우선순위를 재난구조 활동, 좀더 범위를 넓혀 사회봉사 활동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미와 자기훈련이란 구호로는 경쟁자를 설득할 수 없다. 어쩌면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 세계에서 그 것만이 아마추어무선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인지도 모른다.

 

<HL1DK 이남규,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3년 10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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