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여의도 정크시장

                             이남규 (HL1DK)

 

여의도 정크시장

  지난 11월 9일, 실로 오래간만에  서울 정크시장을 찾았다. 그 동안 이 정크시장이 옮겨갈 때마다 고척동까지는 가보았지만, 지난 7월 여의도 MBC 본사 근처 주차장으로 다시 옮겼다는 소식만 듣고 있다가, 이 날 한국 UNICEF 햄클럽이 여기서 부스를 열고 회원모집과 홍보활동을 한다고 해서 겸사겸사 찾아가 본 것이다. 막연히 MBC 주차장인 줄 알고 갔다가 잠시 헤매긴 했지만, 곧 바로 그 이웃에 있는 널찍한 행사장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새 정크시장은 고척동과는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황량한 벌판에서 열려 어수선했던 것과는 달리 새 정크시장은 빌딩 사이의 정연하고 깨끗하게 관리된 유료주차장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좌판의 수나 종류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안테나 종류가 많았고, 그밖에는 커넥터, 케이블, 전지 같은 자잘한 부품 같은 것들이었다. 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그렇다고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야외용품이 많이 나와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트랜시버를 비롯한 본격적인 햄장비는 정크시장에 나올 수 없는 것일까? 그런 물건들은 우리가 바란다고 해서 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햄의 정크시장, 하면 우선 세월을 보여주는 왕년의 명기들이 나와야 한다. 물론 제대로 동작하는 것이 있으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이 있으면 그 정크시장의 격조가 올라가는 것이다. 다행히 진공관도 여러 개 빠지고 많은 상처가 있는 콜린스사의 KWM-2가 한 대를 볼 수 있었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지 모르지만, 처참했던 전쟁을 겪었고, 60만 대군이 있는 나라답게 군용무전기나 그 관련 장비도 더 많이 나와 있었으면 좋겠다.  

  Kenwood나 Yaesu 등 일본의 트랜시버 주력메이커들이 왜 이 정크시장을 외면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수백 명의 잠재적 고객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혹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크시장 운영자는 이 부문에 한번 노력을 해봄직 하다. 트랜시버 메이커뿐만 아니라, 햄에 관련된 장비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도 적극적으로 유치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햄들이 직접 들고 나와서 물건을 파는 광경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직 우리는 쓰던 물건을 들고 나와 파는 양식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창고를 뒤져보면 새 주인을 만나 다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햄장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운영자들이 그런 물건을 유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준다면 이 정크시장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예를 들면 그런 물건을 위탁받아서 팔아주는 시스템 같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활용해서 거래는 하고 물건인도는 이곳에서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햄정크시장의 정작 중요한 의미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다. 무선을 통해서 목소리만 교환하던 사람들을 만나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이 날도 좌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강창균(HL1CR), 이정복(HL1CO) 같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KARL지에 썼던 나의 은퇴이야기를 읽고 격려와 충고를 해주었다.   

  입구에 가까운 쪽에는 여러 클럽에서 텐트를 쳐놓고 있었는데, 여성회원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이 날 이곳에서는 전국아마추어여성위원회 큰잔치가 있어, 각 지부 여성위원회의 기가 마치 만국기처럼 걸려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그들은 어묵을 끓이고, 음식을 마련해서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보리건빵을 튀겨서 서비스하는 것도 보았고, 안흥찐빵을 팔아 수익금을 희망원에 기부하는 행사도 보았다. 연맹 사이트 게시판을 보면 이날 전국 여러 곳에서 햄들이 이곳을 방문했던 것 같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여기처럼 매달 꼬박꼬박 햄정크시장을 열고 있는 곳은 없다. 여기까지 이끌어오는 데는 운영자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좀더 노력을 하면 적어도 햄의 세계에서는 여의도 햄정크시장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년의 한 번 정도는 외국의 햄도 초청해서 세계적인 규모의 햄페어 수준의 행사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HL1DK 이남규,  namlee@chosun.com  KARL지 2003년 1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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