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To DS2AGH 강오엠 한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름: HL5FBT
등록일: 2004-01-08 23:23
조회수: 6243
안녕하세요?
간단히 댓글로 남기려다, 공사중지및 철거 멸령이 떨어지더라도 철거중에 저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한자 올립니다.
< 까치와의 전쟁 >
저도 한동안 "까치" 등쌀에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두번 전쟁을 겪었는데, 타워를 볼때 가끔 당시 아쉬운 생각을 지워버릴 수는 없지만 지금은 별다른
사정없이 타워가 깨끗한데 혹 이러한 방법도 있다싶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말씀드려 봅니다.
제 타워는 일반적인 반자립형 14m 입니다.
그러니까 작업용 구조물이 상부 전체를 감싼 형태가 아닌 양쪽에 부착된 극히 일반적인 타워입니다.
상부의 마스타베어링과 HR-2700SDX 로테이터 거리는 2.5M 이고 중간에 베어링이 한 개 더 설치되어
있는데 꼭 이사이에다, 하필이면 상부 베어링판 바로밑에 "까치"란 놈이 집을 짓는겁니다.
원래 "까치"는 무척 영악한 놈이라서 구조물의 꼭대기, 그것도 아주 높거나 낮은 곳은 마다하고 꼭
10여미터 전후의 위치에 - 사주경계 - 가 확실한 곳에 집을 짓는 답니다.
한번 여기다고 정한 다음에는 웬만한 사정이 있어도 끝까지 사수(?)를 하는 습성이 있다네요.
제 경우, 96년 중순에 지금의 철탑을 세웠는데, 세우기가 무섭게 "까치"란 놈의 표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QTH가 초등학교 바로 앞이라서 나무들이 많은 관계로 새들이 많은데, 철탑을 세운 후로는 "업무상"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안테나작업, 테스트, 교체를 위해 타워에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자연히 "까치"란놈과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첫해에는 별 일없이 지나가고 이듬해가 되자 "놈"이 집을 짓는 조짐이 슬슬 보이는 겁니다.
처음에는-그래도 한집식구(?)인데 - 별다른 생각 없이 제가 작업중에 짓고 있는 집을 건드려 나뭇가지가
흐트러지면 바로잡아주고 그랬는데……
그런데 이게 장난이 아닌겁니다. 웬놈의 둥지가 그리 큰지 나중에는 발디딜 틈은 고사하고 아예 올라갈
길을 막을 정도로 커졌는데, 올라가서 확인을 하니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철사,전선
등등..또 못도 그렇게 길고 큰 게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요.
갑자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때는 봄이라 다행이 당장 안테나 손볼 일이 없으니 식구만 치고나면 무슨
수를 내야 되겠다싶어내 버려 두었습니다. 며칠후 갑자기 안테나 SWR이 높아지기 시작하는데 거기에다
로테이터 방향도 이상한것 같고..비가 내린 후로는 안테나가 전혀 제구실을 못하는것 같아 점검차 타워에
올라 갔더니……. 어랍쇼????…………….. 그냥 아득한겁니다.
둥지에 휘감긴 마스타파이프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 둥지 사이로 삐죽이 나온 철사와 전선이 케이블에
얼키고 설키어 케이블(벨덴/RG-8)의 외피가 뜯겨나가 마침 내린 비에 시커멓게 변해버린 망선사이로
내부 심선은 허옇게 튀어나오고.. 그러니 로테이터가 제대로 돌 수도 없고 그 힘에 케이블은 찢겨 나가고..
할수 없이 "놈"의 둥지를 철거하고 동축케이블은 다른 망선조각과 비닐테이프로 처방후 로테이터 방향을
맞추고 나니 몇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옥상에 널린 나뭇가지,전선등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치우는데
나머지 반나절을 소비했습니다. 전선과 철사등은 재활용으로 별도로 모으니 무려 반포대나 됩디다요.
케이블 손실(손상,침수)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고…이때의 케이블을 이번 1A0KM에도 사용 했슴..:-(
이제 어쩐다…이제 부터가 문제인데... "놈"이 다시 지으려면 처음부터 계속 털어내면 지도 지치겠지
했습니다. 그리고 타워 중간쯤에다 선을 얽고 그 위에 나무를 깔아 새자리를 마련해 줘도 막무가내고…
이런 숨바꼭질은 한해가 다 가도록 계속 되었고…
이러다 겨울이 되고 저도 추워서 더 이상 타워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봄이 되자 "놈"이 다시 행동개시를 하는데 마침 조금 바빠서 한두주일 신경을 못 썻더니 글쎄 벌써 완공을 하여 입주마저 마친 상태에 이르렀는데…. 또 다시 안테나에 이상 조짐이 있어 철거할 요량으로 올라 갔습니다. 밑에서 보니 철사와 케이블이 엉망이고 또 케이블은 뜯어져 있고….
이번 둥지는 아예 발판으로 올라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작년보다 거대 하였습니다.
근처 나무에서는 두"놈"들이 자기집 철거하지 말라는 듯 깍깍그리고 있고...
앞이 전혀 보이지를 않아 할 수 없이 밑에서 둥지를 바깥으로 밀어 올렸는데 둥지가 거의 다 나왔나 싶더니 갑자기 눈앞에 하얀 물체가 언듯 스치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는데 소리만 "탁…탁"…..
밑을 내려다보니 하얀 조그만 물체가 하나 보이는가 싶더니 바닥에 부딪혀 "탁".. 하는데 옆에도 조그만 반점이 두개 더 있고… 순간 몸이 얼어 붙는 듯 했지만 엎질러진 물인지라 대충 털어 버리고 내려 와보니 그냥 물기만 있는걸로 미루어 하루 이틀전에 3개의 알을 낳았던 모양입니다.
뒷맛이 영 개운하지를 않고 못할 짓을 했다는 심정으로 옥상을 내려왔습니다.
"놈"은 사무실앞 간판위에 앉아서 깍깍그러더니 가게 앞으로 "저공시위비행"을 몇번 하는 것을 마침 차한잔 하러 오시던 HL5NBM 오엠께서도 함께 보게 되었지요.
"그라이 내가 거 짓지 말고 밑에 지으라 안 켔나.. 미안 하데이.. 고의가 아니니까 좀 바도…"
한동안 씁쓸한 심정으로 타워를 보며 궁리를 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낀데…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마스타파이프에 조그만 ㄱ자 앵글을 만들어 붙이면 ???" 하는 것입니다.
타워 내부의 마스타파이프에 한뼘정도의 간격으로 90도 로 꺽어 격자로 설치하면 마스터가 돌때 주위에 물체가 있으면 바깥으로 모두 튕겨 나가게 하고, 혹 새들이 있더라도 마스터 속도가 늦으니 그걸로 불상사가 생길 경우는 없을 것이고….
결과는 대성공 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수차례 ("놈"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떤 조짐이 보일 시엔 로테이터를 좌우로 한두번 돌려주면 만사 오케이 입니다.
다소 시원스럽지 못한 점은 있었지만 현재까지의 해결법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모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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