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18)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창밖으로 보이는 벚꽃 꽃잎이 하얀 색종이처럼 날리는 아름다운 4월 중순. 그간 이런저런 일로 리그를 가까이 못하다가 모처럼 저녁을 먹고 스위치를 올렸다. 리그에서 나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7Mhz에서는 저녁 시간 국내국간의 정담이 오가고 있었다. 최근 자동차에서 운용하는 모빌국이 부쩍 늘어난 것 같아 좋아 보인다. 무심코 10.1MHz를 들어보니 CQ내는 소리. 호출부호를 확인해 보니 CX1SI! 우루과이에서 나오는 신호. 바로 응답하니 559 QSL! 기분 좋게 한 건 올리고 18MHz로 가니 조용하다. 아래에서 위쪽으로 가니 18,088kHz에서 CQ내는 소리. RA9UNP - 중부시베리아 노보쿠즈네츠크의 빅토르. 신호는 599. 서울은 꽃피고 날씨를 좋다고 소개하니 시베리아에는 눈이 내리고 기온이 4도라고 한다! "KEPP YOU WARM DR VICTOR GL ES GDX 73"

 

        지난 두 달 간 찾다가 마침내 성공한 남극기지 D88S와의 교신을 생각할 때마다 미소가 저절로 생긴다. 2003년 2월 KARL지에 특별기고한 DS4CNB 이대령OM의 '대한민국 남극과학기지 세종기지에서‥'라는 기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철저한 5년간의 준비 끝에 남극 킹죠지 섬에 위치한 세종기지에 전자/통신 요원으로 지원해서 지난 해 11월 25일에 도착해서 운용을 시작했다. 하루 중 업무 시간외 2-4시간을 할애하여 주로 새벽에 일어나 아침 업무 시작 전까지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늦은 오후 및 저녁 시간).

우리나라 반대편인 남반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킹죠지 섬은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백야 현상 때문에 로우 밴드 상태는 썩 좋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주로 18 및 21MHz에서 우리나라와 많은 교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D88S와의 교신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후 7시 47분 18,074kHz에서 이루어졌다. 인터넷 DX cluster를 보고 있는데 D88S이 18MHz에서 운용 중이라는 정보가 떠올랐다. 시간을 보니 벌써 20분전부터 운용 중. 무선기의 다이얼을 한 손에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헤드폰을 머리에 씌고 DX cluster에 표시된 대로 18,074kHz을 찾았다. 근처에 가기 전부터 파일업이 일어나는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벌써 4-5국이 D88S가 나오는 주파수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조금 조용해 보이는 곳에 송신주파수를 맞추었다. 즉 수신은 18,074에서 송신은 SPLIT 기능을 이용해서 D88S보다 약 900Hz 높은 18,074.9kHz에 맞추었다. "TU QRZ DE D88S K" 한, 두국 더 교신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파일업 신호가 강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볍게 "HL1AZH" 딱 한번만 호출부호를 송신했다. "HL… TNX UR 5NN 5NN BK" 주파수가 조용해졌다. 혹시 나일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확신이 없어 기다렸다. 간혹 머리 속으로 상상 수신을 해서 바로 응답을 하곤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국을 호출했고 나만 상상으로 내 호출부호를 들은 것으로 착각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용한 가운데 다시 신호가 들렸다. "HL1AZH HL1AZH UR 5NN 5NN BK" 오 예스! 너무나 달콤한 소리! "R FB TNX UR RST 5NN 5NN DE HL1AZH TU" 너무 흥분해서 그런지 손이 떨려 송신이 그렇게 매끄럽지 못했다. 너무 반가워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으나 평범한 짧은 교신이 되고 말았다. 마음속으로는 "DR LEE TNX UR CALL ES WAITED U FER 2 MONTHS BT HR WX COLD BUT SPRING COMES BT PSE SAY HELLO TO PENGUINS BT HPE CU IN SEOUL SOON 73 D88S DE HL1AZH SK TU E E"

 

        이곳 서울시간이 오후 7시 47분이니 지구 반대편 남극 세종기지 시간으로는 오전 7시 47분. 이제 아마추어 무선 운용을 끝내고 하루 업무를 준비해야 할 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 호출부호를 받아 준 이대령OM에게 정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이웃나라와 유럽의 여러 무선국들이 동시에 D88S를 호출했고 주파수가 조금 벗어나 있는 내 호출부호를 단 한 번에 받아 준 수신능력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할 경지였다.

교신 당시 D88S 신호는 내가 사용한 다이폴 안테나에 539, 잘해야 549 정도 수신되었다. 멀고 먼 대양과 대륙을 가로질러 남극까지 간 내 100와트 신호도 잘해 보아야 549 정도일 것이고 또한 파일업으로 인해 미약한 내 신호를 수신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교신을 끝내고 들어보니 DL6, G3, UA3, JA 등 주로 일본과 유럽국들과 많은 교신을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원체 먼 거리라 SSB로는 교신하기가 조금 힘들기 때문에 6K, DS, HL과는 아직 많은 교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국내국들이 운용할 수 있는 7, 21 또는 28MHz 상태가 좋아지는 봄과 가을이 되면 더 많은 교신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DS4CNB 이대령OM 파이팅!

 

        1월 초 텔레비젼 신년 특집을 보다가 우리나라도 북극권에 또 다른 과학기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다산기지! 위치는 북극권에 위치한 스발바드 제도(JW). 북극권에 있는 노르웨이령 섬들. 총면적은 6만 평방미터가 조금 넘으며 스피츠베르겐 섬이 주도이다. 북위 76-81도, 동경 15-20도에 위치하고 있다. 월평균 기온 0  이상은 6월부터 9월까지인 4개월간이며 7월 평균기온이 6.4  정도이다. 남극 킹죠지 섬에 비하면 휠씬 따뜻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변해 가는 북극권의 자연생태를 연구하기에는 좋은 지역이다. 누가 북극 다산과학기지에서 무선국 운용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부터는 점차 태양흑점계수가 점차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로우 밴드(1.8, 3.5, 7, 10MHz)에 관심을 가져보자. 추위가 매서웠던 1월. 창 밖은 어둠이 찾아오는 초저녁. 저녁식사를 끝내고 습관처럼 무선기 앞에 앉아 헤드폰을 귀에 맞게 편안하게 조정했다. 스위치를 올리니 기분 좋은 쏴-하는 잡음과 함께 교신하는 소리가 들어왔다. 21MHz부터 들어보았다. 21,026kHz에서 CQ를 내는 소리가 들였다.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카자흐스탄 무선국 UN8PY.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내 다이폴 안테나 방향과 궁합이 잘 맞아서인지 우크라이나(UR)와 그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무선국의 신호가 양호하게 잘 수신된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UN8PY 알렉스의 신호는 568. 내 신호는 589으로 수신된다고 한다. QSL 매니져는 DL8KAC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이 경우 QSL카드는 매니져인 DL8KAC에게 보내야 하는데 QSL카드 호출부호 칸에 UN8PY VIA-> DL8KAC라고 적어 놓으면 된다. 알렉스와의 교신을 마치고 21MHz를 쭉 둘러보니 저녁시간이라서 그런지 신호가 약해져서 3.5MHz로 옮겼다. 3,530kHz에서 국내국간의 교신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동안 재미있게 듣다가 혹시 CQ를 내어 볼까하고 둘러보니 3,538KHz에서 CQ내는 소리가 있었다. 송탄에 사는 6K2CBE. 신호는 59으로 잘 들어왔다. 지난 해 12월부터 3.5MHz를 운용 중이란다. 안테나 정보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고 QSL카드를 보내주기로 하고 교신을 마쳤다. 15분간의 교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말 교신이 재미있기는 있다.

 

        교신을 마치고 10.1MHz로 이동. 10,100kHz에서부터 살펴 가던 중 10,103kHz에서 신호를 들을 수 있었다. "CQ DE W…" CQ의 처음은 수신할 수 있었는데 끝부분이 아리송했다. 두 번째 수신해 보니 "WE7…" 여전히 완전한 수신에 실패. 세 번째 수신해 보니 "WE7K" 아하! CW로 수신하기에는 꽤 어려운 호출부호였다. 호출부호 마지막 자가 K이기 때문에 이것을 송신 종료한다는 K와 혼돈했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WE7K DE HL1AZH HL1AZH HL1AZH AR" 보통 좋은 상태에서는 두 번 반복하지만 신호가 조금 약했기 때문에 호출부호를 세 번씩 반복해서 수신하기 편하게 천천히 송신했다.

 "HL1AZH DE WE7K TNX UR CALL UR RST 559 559 BT NAME IS TOM TOM ES QTH IS AZ AZ HW? KN" 미국 애리조나에 사는 톰의 신호는 서울에서 역시 559. 기본적인 교신 사항을 교환하고 교신을 마쳤다. 10.1MHz에서의 DX교신은 늘 색다른 기쁨을 준다. 10MHz는 1.8MHz와 더불어 CW모드로만 교신이 가능한 밴드이다. 자주 나오는 국내국들은 아직 몇몇 국으로 제한되어 있다. 아마 이 밴드의 안테나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고 SSB교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오는 국내국이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10.1MHz밴드가 국내국 간에 정담 나누는데 많이 이용된다. QRP국들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미국에서는 10.1MHz에서 송신출력제한이 200와트로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QRP들을 위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WE7K과의 교신을 마치고 14,010kHz에서 가까운 러시아 아바칸에 사는 UA WF 제나와 579 리포트를 교환했다. 러시아 아바칸의 기온은 영하 8도. 생각보단 춥진 않았다. 시베리아에도 아마 봄이 오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3.5MHz를 확인하기 위해 내려가 보니 3,511kHz에서 들리는 강력한 DX 신호. 미국 텍사스 에딘버그에 사는 W5VX 빌. 신호는 깨끗하게 수신할 수 있는 579. 바로 "W5VX DE HL1AZH HL1AZH AR K" "R HL1AZH DE W5VX GE ES GM DR OM …" "R FB DR BILL MNI TNX UR CALL BT UR MY 1ST W QSO THIS BAND ES UR MY 1ST DX STN …" 흥분된 교신을 마치고 WWW.QRZ.COM에 가서 찾아보니 빌은 3.5MHz에서 Full sized sloper를 사용한다고 한다. 3.5MHz에서 첫 미국과의 교신이라 QSL카드를 써서 우표를 붙이고 다음 날 바로 발송했다. 로우 밴드에서의 DX교신의 묘미란 이런 것일까?

 

(KARL지 2003년 5월호)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