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26)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며칠간 따라다니며 소리를 쳤더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목도 조금 아프고 머리도 아픈 것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범인은 K7C. 지난 1997년 가을에 마지막으로 운용하고는 8년간 나오지 않은 진국 중의 진국. Kure Island! 내가 재개국한 것이 1998년 12월이니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하고는 처음 들어보는 컨트리. 거리상으로는 하와이 섬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미드웨이 섬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교신하기는 비교적 쉬운 컨트리(엔티티)이다.

 

국내 시간으로 9월 26일부터 교신을 시작했는데 며칠간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불러보는 데 아직 소득이 없어 속이 불타는 중이다. 인터넷 DX사랑방(http://www.kdxc.net )에 가서 살펴보니 국내 여러 회원들은 벌써 대어를 잡았던 무용담이 오고가는 중. 주로 SSB로 나오니 낮은 지상고의 단축된 다이폴 안테나와 100와트로 막강한 파일업 뚫고 교신하기엔 무리. 그러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속만 타 들어간다. 차라리 아마추어무선을 포기하고 등산을 즐기는 것이 나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재미에 마이크 잡고 전건을 두드리는 것이 아닐까. 단 한번에 불러서 진국과 쉽게 교신이 된다면 도전에 따른 성취감이 없어 이 취미생활이 몹시 심심할 것 같다. 며칠 무전기를 틀어놓고 수신만 해보았다. 전파상태가 점차 나빠지는 데도 불구하고 3.5MHz에서 24MHz까지 모두 잘 들린다. 특히 로우밴드 쪽 신호도 깨끗하게 잘 들어와 파일업만 줄어든다면 교신할 만 했다. 당분간 손님들이 떨어져 나가길 기다렸다. 며칠을 기다려도 손님이 줄기는 고사하고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특히 일본과 유럽의 끝없는 파일업 ….

 

이번 DX 페디션에서 재미있는 것은 바로 실시간 교신을 확인해 주는 DXA라는 인터넷 프로그램. 홈페이지  라고 치고 화면이 나타나면 오른쪽에 DXA(realtime)를 치면 가운데 지도가 뜨고 오른쪽에는 방금 교신한 국들이 나타나고 지도 아래에는 호출부호를 입력하면 자기가 교신한 기록이 나타난다. 오른쪽 아래에는 총 교신 숫자, 운용한 시간과 남은 운용시간이 나타난다. 일하면서도 늘 어느 지역 누가 교신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첨단기술임 셈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진국과 교신하고 난 후 진짜 자기가 교신했는지를 알지 못해 확인 위해 중복교신을 하게 되는 데 이 시스템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운용 3일째. DX 즐기는 여러 회원들은 벌써 몇 건이 올린 모양이다. 출장 갔다가 오고 주말에 잘 쉬다 보니 벌써 10월 3일이다. 개천절이라 시간이 나고 조금씩 파일업이 줄어들고 있었다. 마음을 먹고 무전기 앞에 앉았다. 오늘은 기필코 한 건 하리라 결심해 본다. 낮 12시경부터 줄기차게 불렀다. 수신주파수는 21,295kHz, 송신은 5kHz 혹은 10kHz 올려 송신했다. 일명 split 교신. 목이 아파올 경 "HL1AZH 59" 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 만에 들어보는 하늘의 소리. 나는 확인하는 의미에서 "You're also 59. This is HL1AZH" 이렇게 송신했다. 휴우- 하고 한숨 돌렸다. 일단 한건은 올렸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바로 10분 뒤 18MHz에서 CW로 나온다. CW교신이라면 목이 덜 아플 것 같아 18MHz로 내려가서 멍석을 깔았다. 전건을 재정비하고 속도는 20WPM 정도로 조정했다. 뛰어난 운용자들이기 때문에 조금 속도로 올려보았다. 이때 메모리 전건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나는 직접 치는 전건 묘미가 있기에 있는 그대로 즐기기로 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1AZH?"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호출부호를 몇 번 보냈으나 내 호출부호가 백콜되어 돌아오는 것을 혼신 속에서 제대로 카피할 수 없었다. 일단 교신일지에 교신한 곳으로 기록해 놓았다. 이때 마침 realtime DXA 프로그램 작동하지 않아 교신을 확인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아뿔사! ZL1AZH로 나오는 것이 아니가! 아그그그-. 내가 왜 ZL인가. Z자와 H자는 전신부호로 하늘과 땅차이인데 …. 오후 1시 20분 18,145kHz로 나오는 K7C를 10kHz 높여 송신해서 2번째 SSB 교신에 성공. 실제 K7C 신호는 56 정도로 혼신과 함께 들어왔다. 그나저나 전신 모드로 꼭 교신해야 하는데 ….

 

기회가 왔다. 오후 7시 30분 7,023kHz에서 CW로 K7C가 콩 볶듯이 교신하고 있었다. 신호는 579 때때로 589까지 들어왔다. 상당히 좋았다. 전건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올려놓았다. 때를 기다렸다. 병아리는 노리는 매처럼. 강력한 라이벌은 이웃나라. 그래도 승산은 있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CW 모드이니까. 전건을 두드리기를 15분. 마침내 "HL1AZH 5NN" "R 5NN TU" 이렇게 단 10초 간의 교신이 이루어졌다. 오 해피데이. 이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리라. 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10,105kHz에서 CW로 나오는 K7C를 가볍게 다시 교신에 성공, 합계 SSB 2밴드, CW 2밴드 교신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며칠 후 18과 21MHz에 CW로 나왔지만 New One인 사람만 교신하란다. 이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교신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임을 아는 터라 즐겁게 듣고만 있었다.

 

Kure Island는 하와이(KH6)로부터 서쪽으로 2,415km 떨어져 있는 무인도이다. 또한 미드웨이 섬으로부터는 91km 떨어져 있다. 여러 섬 중 가장 큰 섬은 Green 섬으로 길이가 약 1.6km이다. 섬에서 가장 놓은 곳이 불과 6미터의 모래섬이다. 실제 운용도 Green 섬에서 이루어졌다. 섬 이름은 19세기 러시아 선장인 Kure 이름을 딴 것이다. 1894년 하와이 정부는 이 섬을 25년 인산염을 채취할 수 있도록 북태평양비료회사에게 빌려주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병대가 주둔했고 1955년엔 레이더기지가 지어졌다. 1992년에는 Loran 장비가 철거되고 사람이 살지 않게 되었다. Kure Island가 DXCC 독립적인 컨트리가 된 곳은 1961년부터이다. 이후 1960년 초부터 DX 페디션이 있었고 70, 80년대 걸쳐 주로 미해군과 해안경비대에 의해 간헐적으로 운용이 이루어졌다. 70년대 말부터 하와이와 다른 KH7 호출부호를 사용했고 1997년 가을 대규모 운용진에 의해 K7K이라는 호출부호 25,000건의 교신이 이루어졌다. 이번 운용 전까지 Kure Island는 2004년 The DX Magazine에 의하면 교신 원하는 랭킹 10위에, 유럽에서는 6위에 올랐다. 또한 CW와 RTTY는 10위, SSB는 8위에 올라있었다. 잘 아는 것처럼 거리상으로 보아 유럽에서는 교신하기가 쉽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QSL카드는 K7C Kure DXpedition 2005, c/o K4TSJ, Box 1, Watkinsville, GA 30677, USA 로 보내라고 한다.

 

전파상태가 10월 들면서 좋아지고 있다. 늦은 오후시간 18과 21MHz에서 유럽국들이 비교적 좋은 신호로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21MHz에서 OK1JIM과 559으로 교신 했다. 11월 초부터는 1주일간 한국아마추어연맹 창립 50주년 기념 DX 페디션이 솔로몬 제도 Temotu Province의 Nendo Island (OC-100)에서 H40HL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운용 성과를 올리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라며 여러 회원들은 멀리에서 수고하시는 운용자 분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꼭 한번씩은 교신해 보자. 아자 아자 H40HL.

 

  (KARL지 200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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