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1AZH의 교신일지 (29)

                             이은주 (HL1AZH  ejlee@plaza.snu.ac.kr)

 

 

 

 

 오늘도 무전기 앞에 앉아 작은 다이얼을 돌리며 전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신호를 듣고 있다. 창밖의 날씨는 겨울답게 춥지만 따뜻한 두부된장찌개로 저녁을 먹고 나니 힘이 났다. 무전기 앞에 앉아 시계를 보니 11시 45분 UTC.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후 8시 45분. 동지 때인지라 밖을 보니 깜깜하다. 먼저 18, 21MHz를 잠시 들어보니 들어오는 신호가 없다. 지난해부터 태양흑점 활동이 낮아지면서 겨울 동안에 하이밴드는 별로이다. 7MHz로 밴드 스위치를 옮겼다. 그래도 로우밴드 쪽은 살아있었다. 사정이 된다면 1.8MHz 아니 3.5MHz 안테나라도 하나쯤 가지고 싶은데 형편이 형편인지라 …. 그래도 7MHz를 운용할 수 있는 안테나라도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여보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에 대고 하는 말이다. 휴대폰이 대중화 된 것은 약 10년 쯤 된다. 8년 전 처음 구입한 휴대폰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와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21세기를 주도하고 있는 통신혁명은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이동통신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첨단적인 이동통신 기술은 최근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동통신의 뿌리는 아마추어 무선통신으로, 그 시작은 약 110여 년 전이다. 유선이 아닌 무선 통신은 그 당시 무한한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유선을 연결할 수 없는 바다에 떠다니는 배와 육지 무선국 사이의 통신은 항해의 안전과 정보교환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무선통신 시대를 연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 사람인 마르코니다. 1895년에 마르코니는 무선통신을 발명했고, 6년 후인 1901년 캐나다 노바스코시아와 영국 콘월을 연결하는 최초의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에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사용하는 무선통신의 시작이었다. 마르코니는 이 첨단 기술을 상업적으로, 군사적으로 잘 활용해서 사업가로서 성공했다. 1937년 그가 사망하자 그 당시 전 세계의 라디오 방송국들은 2분간 추모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무선통신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에는 선배 아마추어무선사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다.

 

해가 떨어지는 초저녁 시간부터 3.5MHz를 들어보면 국내, 일본, 러시아 신호가 57에서 59으로 잘 들어온다. 신호가 너무 좋기 때문에 튜너로 강제로 튜닝해서 7MHz 안테나로 3.5MHz에 가끔 나가보지만 응답이 없다. 3.5MHz는 포기하고 다시 7MHz로 돌아왔다. 아래 주파수부터 신호를 확인하며 천천히 7,021kHz 근처 올라가니 CQ 내는 신호가 있었다.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BG4WYV. 가벼운 마음으로 응답을 하니 "HL1AZH DE BG4WYV GE ES TNX UR CALL BT UR RST 589 589 BT NAME IS LI LI QTH IS NANJING NANJING …" 중국 난징에 사는 리와 교신을 마치고 7,000kHz로 다시 내려가서 위쪽으로 천천히 다이얼을 돌렸다. 7,002kHz에서 CQ 내는 소리가 있어 확인하니 RA SF. 신호는 579. 아래위로 약간의 혼신이 들어왔지만 비교적 신호가 좋아 수신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극동아시아에 사는 알렉스와 이름과 위치 교환하고 나니 갑자기 위의 주파수에서 강한 신호가 들어와 제대로 교신도 마무리 못하고 73 신호를 보내고 헤어졌다.

 

위의 주파수로 올라가 보니 RK4HWW가 CQ를 내고 있지 않은가? 비록 RA SF와의 교신에서 약간의 방해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보면 먼 서시베리아에서의 신호 아닌가. 시계를 보니 오후 9시 8분. 서시베리아 신호가 잘 들어오는 시간대. 그래서 신호는 589으로 강력하게 들어왔다. 서시베리아 시간으로는 늦은 오후 시간. CQ가 끝나자 말자 약간 떨리는 손으로 전건을 잡고 응답하니 "GA DR OM ES UR RST IS 599 599 FB NAME IS LARRY LARRY ES QTH IS KOMSOMOLSK …" "R GE DR LARRY TNX UR CALL UR RST 589 589 …" 서시베리아에 사는 래리.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RK4HWW는 클럽무선국이다. 아마 래리는 클럽무선국에서 좋은 안테나로 나왔는지 다른 무선국보다 신호가 좋았다.

 

래리와의 교신을 마치고 교신일지에 교신시간, 호출부호, 이름, 위치, 신호 등을 잊기 전에 정리하고 다시 7,003kHz부터 다이얼을 돌리니 7,006kHz에서 교신을 막 종료하는 신호가 들렸다. 호출부호는 UN7TX.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부터의 신호. 만약 UN7TX와 교신할 수 있다면 수입이 꽤 짭짤한 날이 될 것이다. 혹시 다른 무선국이 호출하는지 확인해 보니 일본에서 부르는 신호가 있었다. 이럴 때는 한자 한자 천천히 타전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한 박자 쉬었다가 똑박 똑박하게 호출부호를 보냈다. 빙고-! 내 호출부호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달콤하게 들려왔다. "HL1AZH DE UN7TX GE OM RST 559 559 BK" 카자흐스탄에 사는 베크와의 교신은 3분간 짧게 이어졌다. 아마 다른 국들에게도 교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베크가 짧게 짧게 교신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후 짧은 25분 동안 중국 난징으로부터 극동아시아, 서부 시베리아와 카자흐스탄까지 교신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도 수고했다. 내 다이폴 안테나와 무전기여!"라고 칭찬해 준 후 무전기 스위치를 내렸다. 오렌지 빛깔로 빛나던 무전기 앞 패널 불빛이 조용히 사라졌다.

 

대망의 독일 월드컵이 기다리는 2006년 첫 교신은 1월 초에 이루어졌다. 새해가 되어 처음으로 무전기 스위치를 넣고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21MHz를 수신했다. 새해라 그런지 신호가 조금 좋아진 것 같았다. 특히 오후 시간에 하이밴드 신호가 잘 들어왔다. 습관적으로 21,000kHz부터 신호를 하나씩 확인하며 다이얼을 돌렸다. "CQ CQ CQ DE UN6G UN6G AR K" 신호는 수신하기 편한 579 정도. 혼신이나 공전(QRN)이 없어 깨끗하게 수신할 수 있었다.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내 호출부호를 정성껏 보냈다. 아-싸. "HL1AZH DE UN6G BT GA ES GM BT UR RST 569 569 BT NAME HR TOLY TOLY ES QTH ALMATY ALMATY KAZAKHSTAN HW COPY BK" "BK GM DR OM TOLY UR RST 579 579 BT NAME LEE LEE ES QTH SEOUL SEOUL ES UR MY FIRST QSO FOR 2006 NEW YEAR MANI TNX …". 5분간 톨리와의 교신을 마무리 할 쯤 바로 아래 주파수에서 나를 부르는 신호가 있었다. 귀를 쫑긋하니 UA9KZ가 부른다. 지금 주파수 21,015kHz는 UN6G 톨리가 먼저 사용하던 주파수라 "UP 2"라고 타전하니 "R R"라고 응답이 왔다. 다이얼을 움직여 21,017kHz의 잽싸게 올라가 "QRZ? DE HL1AZH K" 타전하니 "DE UA9KZ GA DR OM UR 599 5NN HR SALEKHARD SALEKHARD ES NAME MIKE MIKE HW? BK". 아하 전에 몇 번 교신한 적이 있는 마이크였다. 좋은 전파상태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고 기분 좋게 "DR MIKE HAPPY NEW YEAR 2006 TO U ES UR FAMILY ES 73 SK E E" 타전했다. 교신은 불과 두 국뿐이지만 만족스럽게 스위치를 내렸다. 깔끔한 교신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웠다. 룰루 룰루.

 

KARL지 1월 호를 받아 6K2AVL 윤용주 회원이 쓴 테모투와 솔로몬 제도에서의 해외원정기를 읽고 또 읽어 본다. 함께 갈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흥미진지한 글을 읽어 보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또 하나의 도전 소식. DS4NMJ 이상훈 회원이 1월 9일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LA, 칠레 산티아고, 푼타아레나스를 거쳐 1월 15일 남극 킹조지 섬 세종과학기지에 도착해서 DT8A 호출부호로 나올 예정이라 한다. 홈페이지는 www.dt8a.com이다. 홈페이지를 보니 예정대로 세종과학기지에 잘 도착해서 안테나와 무전기가 정리되는 대로 전파를 발사할 것이라 한다. 건강하고 활기찬 그의 남극 세종과학기지로부터 신호를 자주 들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아자 DT8A!

(KARL지 2006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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