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소프트웨어적인 접근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요즘처럼 차가 계속 늘어나고, 다리조차 저 모양이면 앞으로 서울 시내의 교통은 어떻게 될까. 차를 가지고 시내에 들어 왔다가는 꼼짝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게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10부제를 강제로 실시한다느니, 도강세를 매기겠다느니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다. 잘 활용만 하면, 서울의 도로사정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

사실 서울의 교통사정은 다른 나라 수도에 비해 그렇게 썩 나쁜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겪어 본 중에서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타이 수도 방콕시로 이 곳의 교통적체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을 정도다. 옛날 운하를 메우어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개천이 강물로 모이듯 모든 차가 대로로 몰려 홍수를 이루는 것이다. 도로정책은 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멋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

며칠전 다녀온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도 마찬가지였다. 대중교통수단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차를 가지려고 한다. 차를 가질 형편이 안되면 모터바이크다. 그래서 집마다 차 한대와 모터바이크 몇 대는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지하철공사를 한다고 몇 년째 여기 저기 길 한복판을 파헤치고 있으니 하루 종일 러시아워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도 도로가 좋긴 하지만, 워낙 차가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 퇴근시간에는 시 중심부에서 교외로 빠지는 다리를 건너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다. 그래서 그들은 출퇴근 시간대를 넓게 잡아 문제를 해결한다. 아침 6시부터 출근차량이 붐비고, 일찌감치 오후 3시부터 퇴근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요즘 우리 아마추어무선에도 급격한 인구증가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몇 년전만 해도 한적한 광장 같았던 2m 밴드 안에서도 러시아워에는 빈틈을 찾기 어렵게 되었고, 때로는 채널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로를 만들고 확장하듯이, VHF에서 UHF로 공간을 넓혀 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런 하드웨어적인 방법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현재의 여건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도로가 넓어졌다고 저마다 차를 끌고 나와 마구 달리기 시작하면, 얼마 못 가 아무리 넓은 길도 다시 막혀버린다.

현재의 여건에서도 전파를 지혜 있게 활용하면 적어도 앞으로 상당 기간은 여유가 있다. 좁은 땅 안에 100만의 아마추어무선국이 있다는 일본 같은 경우도 있다.

우선 우리는 전파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무선통신에는 "필요 최소한의 출력으로, 필요 최소한의 시간"이란 기본원칙이 있다. 그리고 항상 주변상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부당하게 전파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전파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전파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 나보다 더 우선순위가 높은 공공목적을 가진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특히 2m 밴드에서는 지역의 연락망으로, 또는 같은 취미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정보교환을 위해, 어떤 채널을 정해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도 다른 사람들의 정당하거나, 긴급한 전파사용권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 예의와 규칙을 지킨다면 싸움이 일어날 수 없다.

한편 공공목적을 위해서, 또는 이미 오랜 관례로서 확립된 채널은 가능한 한 존중하는 아량도 필요하다. 아직은 그런 여유가 있다. 예를 들면 DX클럽회원들이 서로 연락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144.482MHz 같은 것이다. 적십자사 재난봉사대원들이 긴급통신 주파수인 145.140MHz도 눈 여겨 둘만 하다. 카돌릭신자의 모임인 마르코니회에서 매주 수요일 밤, 145.180MHz에서 열고 있는 전파토론도 모범적인 사례다. 이들은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이 주파수에 나와 다른 사용자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연맹에서도 점점 더 혼잡해져 가고 있는 2m 밴드에 대해서는 현재의 비상통신-호출주파수제도나 밴드플랜이 과연 우리 실정에 적절한 것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4년 1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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