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포괄제도는 우리가 먼저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내 글을 읽었다고 인사를 해주는 것처럼 반갑고, 또 고마운 일은 없다. 더구나 그것이 먼 곳의 외국인일 경우는 말이다. 일본 아이치현에 사는 이시카와 키요아키(JA2AUI)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우리 KARL지를 구독하고 있는 듯, 정성스럽게도 이 컬럼에 나온 이야기에 관련된 일본 신문 기사를 두번이나 내게 보내주었다.

편지의 유려한 한글 필치를 보면, 그는 우리 나라 아마추어무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우리 말도 무척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우리 회원들 중에도 그와 교신한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님에게"가 "님에께", "빕니다"가 "빔니다"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혹시 그가 이 글도 본다면 고쳐질 것이다.

이시카와씨가 보내 준 가장 최근의 신문기사는 지난 7월 19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에서 오린 것으로, 아마추어무선의 규제완화에 관한 것이다. 이 기사는 아마추어무선국을 가지고 있는 이 신문 보도부 기자가 주소변경 신청을 했다가, 서류불비로 반려 당한 일을 들어, 당국의 지나치게 형식적인 규제를 비판하고 있다. 반려이유는 신청서 뒷면 기재사항을 기입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주소변경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일본에서 아마추어무선국을 개국하는 데 요구되고 있는 복잡한 절차를 소개하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도 1년 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있어, 우리 KARL지에 소개한 일이 있다. 이 기사의 요점은 그 동안 일본의 햄들이 끈질기게 미국과 같은 포괄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정성(체신부)과 연결되어 있는 일본아마추어무선진흥협회 같은 단체 때문이라고 꼬집고 있다.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여러 가지 절차와 수속을 대행하고 있는 이 단체의 연간 수입은 5억 6천만엔(45억원)이나 되는데, 고위간부의 3분의 1이 우정성 출신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마추어무선사 면허를 따서 호출부호를 받으면, 허가나 검사와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그 등급이 허용하는 범위와 한도 안에서 마음대로 무선국을 운용할 수 있다. 단지 허용된 한계와 운용범위를 넘으면, 엄격한 규제를 받을 뿐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아마추어무선이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진 일은 없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포괄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면허 같은 것이다. 일단 자동차면허를 따면, 그 등급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우리는 어떤 차든지, 남의 차라도 운전할 수 있다. 우리는 차를 살 때마다 일일이 신청해서 허가를 받고, 게다가 멀쩡하게 출고된 제품을 다시 검사 받지 않는다. 아마추어무선과 자동차는 같을 수 없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은 기본적인 성격에서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반년 전의 일이 다시 새삼스럽게 떠오른 것은 최근 내가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는 "규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차량에서 HF를 운영해 보려고 무선국 변경신청을 했더니, 기지국의 출력까지 50와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국의 출력을 50와트로 제한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기지국에서 운영하는 데도 그 이상 낼 수 없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 때도 장황한 서류를 작성할 자신이 없어 전문가의 신세를 졌는데, 이 역시 일본 못지않게 형식에 치우친 우리 제도의 한 가지 예다.  

전자신문 보도에 의하면, 94년 한해 동안 우리 나라 아마추어무선 기기시장은 45억원 규모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이 한 해 동안 일본에서 수입된 무전기만 7,000대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무서운 성장이다.

한편 반가우면서도, 분통이 터진다. 왜 우리 나라의 아마추어무선기기시장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 그 말도 안되는 규제가 얼마나 우리 나라의 무선통신기술과 산업을 질식시켰던가. 그 흔했던 청문회라도 한번 열어서 따져 보고 싶을 정도다. 그런 엄청난 변화를 외면한 채, 우리 체신당국은 여전히 옛날 식의 규제만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우리가 일본은 뛰어 넘으려면, 지금까지처럼 그들의 뒤만 졸졸 따라가서는 안된다. 우선 제도만이라도 과감하게 혁신해서, 일본을 앞서 가겠다는 의욕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본보다 먼저 포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5년 01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