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59+ 에다 80dB+ 의 선의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한 동네에서 출퇴근하는 사우 중에 묘하게도 특별히 어느 지방 차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 지방 번호판을 단 차는 영락없이 갑자기 차선을 바꾸거나, 끼어 든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얼마 전, 퇴근길에 강남 쪽으로 한남대교를 넘어가는데, 갑자기 나의 왼쪽 차선에서 내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차가 있었다. 내가 브레이크를 밟으며 머뭇거리자, 그 틈을 타서 이번에는 오른 쪽 차선에서 차 한대가 내 앞으로 끼여들었다. 둘 다 바로 그 지방 차였다. 그 사우의 말이 생각났다.

그후부터 나는 차를 운전할 때마다, 마구 끼여드는 차가 있으면 번호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그 차가 바로 그 지방 차일 때마다, 그 사우의 말을 상기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 지방 차 운전자가 유독 차를 험하게 모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사실은 특별히 그 지방 차라고 해서 더 끼여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지방 차도 많이 끼여든다. 그리고 가장 많이 끼여드는 것은 서울 차다. 그러나 나는 어느 특정 지방 차에 관심을 가지고 보았기 때문에, 더 많이 눈에 띄었을 것이고, 또 그것이 기억으로 누적되었을 뿐이다. 더구나 퇴근시간이고, 경부고속도로의 접근로이니, 그 지방 차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가 많으면, 제멋대로 운행하는 운전자도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거쳐 그의 편견은 확신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스피커의 케이블을 바꾸면, 오디오 앰프의 소리가 달라질까. 좀 오래 된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어느 오디오전문지에서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실험을 했다. 오디오전문가 수십 명을 초청해 놓고, 커튼으로 가린 오디오시스팀을 동작시키면서, 여러 가지 케이블을 바꾸어 가며, 그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결론은 알 수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의 차이를 맞춘 사람과 못 못 맞춘 사람이 거의 반반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케이블의 특성에 따라, 고주파 전류의 흐름이 틀리기 때문에,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귀로도 그 차이를 구별해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이런 실험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직도 오디오 전문가나 애호가들 사이에는 케이블의 효능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내가 아는 어느 유명한 오디오메이커 기술책임자는 케이블의 효능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미묘한 차이까지 설명하는 오디오애호가도 많이 알고 있다.

어쨌든,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 사람은 많이 있다. 또 그 때문에 오디오기기 자체에 못지 않게 비싼 케이블이 시장에 나와 있다. 이 역시, 그 반대의 입장에서는 편견이나 선입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편견이나 선입관이라고 따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예술의 세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다양해지고 발전한다.

DS 콜이 처음 등장했을 때, 한동안 2m 밴드 교신에서 푸대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HL 콜사인을 가진 국들이 DS 콜사인국이 부르는 CQ에 응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를 경험한 것은 HL국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CQ를 듣고도 응답하지 않은 상황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햄을 오래 한 사람들은 이미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다. 특히 요즘처럼 생활이 바빠지게 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새로 햄을 시작한 사람들은 그것을 푸대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편견은 점점더 굳어지게 마련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그들도 이제는 진상을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은 평상시 음성 이외에도, 표정과 몸짓까지 동원하여 정보를 전달한다. 우리는 말 한 마디 없이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무선에서는 의사소통수단으로는 완전하지 않은 음성만을 매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여기에 편견까지 작용한다면, 장벽은 점점 더 높아진다. 우리는 59+의 음성정보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80db+의 선의를 보상해서 들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5년 05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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