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아마추어무선의 위기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일본 토쿄의 지하철에서 일어난 유독개스 살포사건은 결국 옴진리교단이라는 특이한 종교단체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처음, 일본경찰이 지하철 승객 12명이 죽고, 5,500명이 개스중독 증세를 일으킨 이 엄청난 사건의 범행혐의로 이 종교단체를 수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럴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신앙을 표방하는 단체가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지하철 승객을 무차별하게 살해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옴진리교단의 교주 아사하라는 10년전, 조그만 요가도장을 경영하면서, 초능력을 내걸고 신도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 그가 쓴 "초능력비밀 개발법"은 초능력에 현혹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30여명으로 시작했던 신도가 9개월 후에는 1,300명으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87년 7월, 아사하라는 이 교단을 옴진리교라고 개칭하고, 본격적인 교단활동을 시작했다. 교세가 확장되어 신도는 8,000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여기서 정계로 진출할 욕심을 냈다. 그는 90년 2월의 총선거에 신도 24명과 함께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하고 말았다.

그러자 아사하라는 종말론을 내걸고 다시 신도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97년에서 2002년 사이에 천재지변과 파멸적인 전쟁이 지구를 휩쓸 것이므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안을 느낀 젊은이들이 그의 밑에 모여들었다. 그의 종교단체가 사린이라는 독개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그의 예언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아마추어무선의 위기론을 이야기하면, 옴진리교의 수법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추어무선기사 자격면허시험장에 수천 명씩 응시자가 몰려들고 있는데, 무슨 위기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시야를 넓혀서 보면, 우리는 분명히 아마추어무선의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그 위기란 외부적인 상황이 아니다. 전에는 아마추어무선 주파수대를 빼앗아 가려는 움직임이 더러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위협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아마추어무선의 활동을 특별히 더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없고, 우리 나라의 경우는 비록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그 반대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위기는 내재적인 것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등 선진국에서는 이 위기가 실감되고 있다.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줄고 있는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좀더 활동적이고, 스릴이 있는 취미 쪽으로 나가거나, 훨씬 더 다양한 방법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컴퓨터에 빠진다는 것이다. 뒤늦긴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벌써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때 우리는 아마추어무선을 "취미의 왕자"라고 자랑했다. 적어도 십년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무선은 가장 첨단적인 취미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다른 분야의 취미활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아마추어무선은 내용 면에서 옛날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 나라의 경우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동운영이 활발해졌다는 것뿐이다. 이러다가는 아마추어무선이 서도나 궁도처럼, 특별한 사람들이나 즐기는 고전적인 취미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이렇게 다양한 오락과 정보를 이렇게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아마추어무선이 그런 강력한 경쟁자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인가. 멀티미디어가 가정마다 침투할 때, 아마추어무선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기우이길 바라지만, 지금이라도 앞을 내다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경쟁자들과 공존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서도나 궁도의 경우처럼, 주위 여건이 어떻게 변하든, 옛날 그대로의 고전적인 아마추어무선을 지키는 것이다. 사실 햄 중에는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제는 사실상 실용성을 상실한 CW도 햄들만이 지키고 있다. 아마추어무선이 그 전통을 지켜나가자면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아마추어무선의 새로운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것이다. 이미 개척되어 있는 분야만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아마추어무선의 내용은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마추어무선의 장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만 해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5년 06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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