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보안교육은 필요한가?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이른바 "12-12사태" 당시, 그 긴박한 상황 아래서 진행된 우리 장군들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테이프 일부가 공개되어 한동안 화제가 되었다. 나도 한번 그 테이프를 들어보았지만, 사건의 진상을 설명해 줄만한 새로운 이야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 동안 이리 저리 흘러나온 이야기에서 크게 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햄이라는 아마추어 통신인의 입장에서, 나는 무척 흥미 있는 몇 가지 사실을 그 테이프에서 발견했다.

첫째는 정보와 통신의 중요성이다. 당시 보안사가 도청한 전화의 내용은 즉각 일을 일으킨 쪽에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정승화총장을 중심으로 한 구군부측의 움직임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도를 저지하려던 쪽에서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우왕좌왕하다가 손을 들고 말았다. 한쪽이 상대방의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는 속에서, 이 싸움은 처음부터 게임이 될 수 없었다.

우리가 말로는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지는 못하다. 지난번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그 좋은 예다. 물론 당시 구조활동을 벌인 현장 책임자들도 정보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필사적으로 생존자가 묻혀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했다. 오죽했으면, 기(氣)를 한다는 사람을 불러오고,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사라엘 젊은이까지 초청해서 "해외화제"까지 되었을까.

그러나 막상 미군이 음향탐지장치를 투입하려고 하자 그들은 거부했다. 음향탐지장치를 작동시키려면, 탐사작업을 중지하고 일체의 소음을 제거해야 했다. 그들은 시간을 들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요행을 기대하고 서둘러 여기 저기 파보는 방식을 택했다.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정보를 확인하는 여유를 가질 수 없었으리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군이었더라면, 분명히 전자의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둘째는 통신보안이다. 이 테이프가 공개되자, 몇몇 신문에서는 비화장치(秘話裝置)가 되어 있었을 전화통화가 어떻게 도청이 되었느냐는 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실제로 그들이 사용했던 전화에 비화장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사 되어 있었다고 해도, 누구보다도 기밀을 지켜야 할 우리 군의 책임자들이 그렇게 마구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서는 최소한의 통신보안의식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요즘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그 동안 우리는 열심히 통신보안교육이라는 것을 받아왔다. 나는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처럼 쓸모 없는 교육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정해진 시간을 다른 이야기로 채우느라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통신보안이 중요하다는 말 이외에, 햄에게 무슨 이야기를 더 해줄 수 있단 말인가.

아마추어무선을 통해 누설될 수 있는 정보의 몇 백배, 몇 천배 되는 정보가 신문과 방송등 대중매체수단으로 끊임없이 전파되고 있는 세상이다. 아마추어무선을 통해서 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새나갈 우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 같은 개방사회에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외국여행을 하려 이른바 소양교육이라는 것을 받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동안 도대체 몇 번이나 그 쓰잘 데 없는 교육을 받느라고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른다. 그 제도는 사실상 없어졌지만, 이제는 아무도 외국여행을 하기 위해서 그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도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한, 아마추어무선을 하기 위해 통신보안교육을 요구하는 나라는 없다. 물론, 우리들이 그들과는 다른 특수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마추어무선이 무엇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면, 지금까지 해온 것과 같은 형식적인 통신보안교육은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 정도는 얇은 팜플렛 한 개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통신보안교육...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5년 09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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