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모르스통신은 영원하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이것은 영원한 침묵을 앞둔 500KHz의 마지막 외침입니다. 계속 전파를 발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축복을 드립니다. 굿바이. FFU 전직원으로부터. 영원한 사일렌트 키."

이 것은 지난 1월 31일 밤 12시, 프랑스 브레스트 르 콩케의 해안무선국 FFU에서 보낸 마지막 송신문이다. 같은 시간, 불로뉴 쉬르 메르의 FFB, 마르세이유의 FFM 등 프랑스의 다른 모든 해안무선국도 CW 조난통신 수신장치의 스위치를 껐다. 이 날로 프랑스의 모든 해안무선국은 긴급조난 CW통신 청취업무를 중단한 것이다.

무선통신기술의 한 세대를 마감하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취재하기 위해 영국의 방송과 신문사가 특파원을 파견했다. 런던의 더 타임즈는 영국도 1999년까지는 선박무선통신에서 CW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FFU가 지난 한 해 동안, 겨우 152통의 CW 통신문을 수신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역시 런던에서 발행되는 가디언지는 전세계 해안무선국의 마지막 CW 송신을 녹음해 오고 있는 전 선박무선통신사 브루스 모리스(GW4XXF)씨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영국의 BBC, 미국 NBC 등 텔레비전도 현지 중계로 이 역사적인 사건을 보도했다.

영국 언론이 이처럼 관심을 보인 것은 이 분야의의 선구자였던 이 나라 역시 1999년까지는 선박통신에서 CW를 없애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운수부는 1월 27일, 1912년부터 운영되어 온 선박과 해안무선국의 CW통신 청취업무를 업계와의 협의에 따라 1997년 12월 31일까지 폐지하고, 신뢰성이 높은 현대식 방식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체되는 방식은 GMDSS(지구해상조난안전시스템)다. 통신인공위성과 지구국을 이용한 이 선박조난통신시스템은 1992년 2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동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99년 2월 1일 까지는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영국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스호의 침몰 때, 조난통신으로 일약 유명해져, 무선통신의 상징처럼 되어 왔던 헤드폰과 송신용 키 그리고 그 비트 단속음도 도 이제는 보거나 들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CW의 퇴장에 대해서 반대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비상통신에서는 아직도 CW만큼 값싸고 모든 상황에 신축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 없다고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사고로 차 안에 갇힌 운전자가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FM무전기로 CW신호를 보내 구조를 받았다는 예까지 들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울릉도로 여행을 갔던 햄들이 당시 진공관식 레디오를 해체하여 송신기로 급조, CW비상통신으로 본토의 경찰에 구조신호를 보내 환자를 구한 실례가 있다. 영국공군은 계속 CW를 사용하고 있고, 제3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작년 6월 8일에는 스코트랜드 근해를 항행하던 러시아 여객선이 CW로 SOS 신호를 보냈다.

CW 폐지 주장은 아마추어무선에서도 일고 있다. 상용통신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 낙후된 기술을 굳이 면허자격의 요건으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CW 그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면허시험 필수과목에서 빼자는 정도다. 이 문제는 1999년에 예정된 IARU총회에서 중요한 의제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동안 인류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여러 번 멸종 위기를 맞았다. 만년필이 발명되었을 때는 붓이나 펜이, 타자기가 나타났을 때는 손으로 쓰는 필기기구가 필요 없게 되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화가는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영화가 나오자 연극의 종말을 걱정한 사람도 있었고, 텔레비전은 신문을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모든 것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여전히 그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아직도 쓸모가 많은 CW가 이렇게 일찍 물러나게 된 것은 아마도 좀더 쉽고 편안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성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즐기려면 완전히 생소한 언어체계를 배워야 한다. 사실 점과 선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언어체계를 습득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전도 해보기 전에 좌절하고 만다. 그러나 실제로 해 보면, 사람의 두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옛날과는 달리, CW를 습득하는 데 편리한 수단이 많이 나와 있다.

약간의 노력과 인내심만 있으면, 우리는 남이 모르는 새로운 세계의 하나를 개척할 수 있다. 새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도 세계 공통의 의사교환수단을 내 것으로 할 수 있다. 상업통신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된 지금, CW는 우리 햄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만의 특권이다. 우리는 이 귀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을 즐기고, 활용하고 또 후손에게 전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04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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