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또 일본을 따라가야 하나...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사업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에 의하면,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을 몇 년 뒤따라가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 주변에서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원두커피숍, 회전초밥, 편의점, 택배사업, 자동판매기 같은 것이 모두 일본에서 인기가 있던 사업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대부분은 그 족보를 따라 올라가면 그 원조는 미국이나 유럽일 경우도 많다.

우리 주위에는, 부끄럽게도 아마추어무선을 포함, 정치-문화-사회 등 모든 면에서 일본을 따라가는 일이 너무나 많다. 현실로서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고려한다면, 차라리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일본을 따라가기만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며칠 전, 일본의 아마추어무선 잡지를 보고, 나는 다시 한번 허겁지겁 일본을 따라가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했다. 일본은 지난 2월 24일부터 전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서 이른바 "게스트 오페"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독특한 일본식 영어 "Guest Operation"에서 나온 말로, 아마추어무선국의 면허인 이외의 사람에게도 그 무선국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일본인들이 그런 단어를 만든 것은 선진국에는 그런 말이 필요없을 만큼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허용하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좀스러운" 제한이 붙는다. 우선 그 무선국 면허자가 입회를 해야 하고, 그 "게스트(손님)"는 그 무선설비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그 운영은 그 무선국의 면허범위에 국한된다는 2중적인 제한이 있다. 따라서 3급 면허를 가진 사람이 1급 면허를 가진 사람의 무선국을 방문했을 경우, 3급 면허 범위 안에서 운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 1급 면허자가 3급 면허자의 무선국에서 운영할 때도, 3급 면허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는 초상식적인 규제가 있다.

외국인도 "게스트"가 될 수 있지만, 상호운영협정을 맺은 나라 사람이어야 한다. 현재 일본은 8개국과 이 협정을 체결하고 있고, 우리 나라도 그중 하나이므로, 우리 햄도 이제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고도 친구의 집에서 당당하게 아마추어무선을 할 수 있다. 이 때 콜사인은 친구의 것을 앞에 놓고, 자기 것을 붙여야 한다.

일본 사람들이 "획기적"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새 제도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지금까지 그것을 허용하지 안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아마추어무선이라고 해도 무전기나 안테나를 대부분 회사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 무선국과 다른 사람 무선국이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똑같을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내 무선국"을 강조하고 있다. 하기야 이미 세계 햄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기술기준합격증명"까지 받은 무전기를 사서 개국을 할 때나, 교체를 할 때도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일본이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의 햄들이 별로 대단치도 않은 것을 "획기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새 규정이 아마추어무선국은 그 설비를 포함해서 그 면허인 만이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이 처음으로 깨졌다는 데 있다. 이들은 비록 아직 제약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 첫 걸음이 그들이 염원해 마지않는 포괄면허제도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이웃 나라라고 마음놓고 꼬집어보았지만, 우리 경우는 너무 창피해서 차마 더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본의 "게스트 오페"를 따라가 주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 양반이 곁불을 쬘 수 있느냐고 체통을 지키고 있어야 할지...

왜 우리는 과감하게 일본을 앞설 수 없는 것일까. 진짜 "획기적" 영단으로 포괄제도를 도입해서 입으로만 "규제완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다른 분야에 모범을 보여 주고, 이웃의 130만 햄을 "악" 하고 놀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새 집행부의 결의와 능력에 기대해 본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06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