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좌절해선 안된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이미 여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2002년에는 역시 세계적인 월드컵결선을 일본과 함께 주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는지,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제 2회 동아시아게임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같다.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면, 괌과 마카오까지 포함해서 동아시아의 9개국만이 참가한 이 대회는 일종의 동네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고, 또 실제로 참가국들도 친선모임 이상의 기대를 걸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최고의 선수를 보내지 않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남다른 관심이 있다. 바로 일본과의 관계다. 우리는 무슨 경기든, 일본팀과 붙으면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도 우리들의 가장 큰 관심은 메달 수나 기록이 아니라, 일본과의 순위경쟁이었다. 4년 전, 중국 샹하이에서 제 1회 동아시아대회가 열렸을 때, 우리는 금메달 2개의 차로 일본에게 2위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에는 홈코트경기였으므로, 우리는 틀림없이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88 서울올림픽이 끝나갈 무렵, 지금 KOEX에 설치되었던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팀이 거인 같은 러시아팀을 밀어붙이는 광경을 일본인기자들이 TV 모니터를 통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던 광경이 생각난다. 한 기자가 이젠 한국이 금메달경쟁에서 일본을 앞지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불가능할 것 같 같았지만, 결국 우리는 일본을 따라잡았다. 억지도 있었고 텃세도 있었지만, 그런 불평을 압도할만한 열기와 투지가 그때는 있었던 것이다.

그 기백과 열기는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결국 일본에게 2위를 내주고 말았다. 일본은 47개의 금메달을 땄고, 우리는 45개였다. 이번에도 메달 2개의 차다. 동아시아의 "초강대국" 중국이 62개의 금메달을 따서 1위가 된 것은 만리장성의 벽이라고나 하겠지만, 일본은 다르지 않은가. 하기야 우리가 "왜국"이라고 비하했던 일본은 인구만 해도 1억 3천만이 되는 대국이고, 경제적으로는 두 말할 여지없이 세계적인 강대국이다. 그런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객관적인 여건을 압도할 수 있는 투지가 없었다는 데 있다. 마지막 날 게임에서 설마 했던 축구까지 1 대 0으로 일본에게 졌고, 곧 이어 일본에서 벌어진 한일축구전도 1 대 1의 졸전으로 끝났다. 다른 게임만은 몰라도, 축구만은 질 수 없지 않은가.

이런 현상은 스포츠분야에만 국한된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한 때 비록 제한된 분야이긴 하지만, 일본을 추월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우리 경제가 이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고, 일찌감치 좌절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우리 산업계는 기술적인 우월성으로 일본을 제압하기보다는 엔화강세의 덕이나 보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리 반도체나 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을 몰아내던 그런 기세는 찾아 볼 수 없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우리 아마추어무선계에도 팽배되어 있는 좌절감이다. 지난 1 년 남짓한 사이에 일본은 아마추어무선에서 몇 가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출력 상한을 높여 주고, 4급제도를 신설하고, 밴드플랜을 다시 조정했다. 지난 2월에는 이른바 "게스트 오페"제도(KARL 97년 6월 호 본란 참조)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는 그에 상응하거나 압도할만한 아무런 개선책도 시도하지 못했다.  

아마추어무선 선진국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최근 일련의 개선책 그 자체는 별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그들의 노력이 부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그저 남의 일 보듯 바라보고만 있는 우리들의 무력감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요즘 일본 아마추어무선계는 그 여세를 몰아, "포괄제도"로 나아가기 위한 운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풍토와 조직상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때맞추어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완화정책과 연결되어 어느 때보다도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 좌절감에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07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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