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일본 햄페어를 보고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일본 햄페어-97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박영순(HL1IFM)OM의 말에 즉시 따라 나선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대의 아마추어무선인구와 그 관련 기기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햄페어 대한 환상적인 기대가 있었다. 한 5년간 들릴 기회가 없었던 일본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제 25회 JAIA 페어는 8월 22일, 토쿄만을 매립해서 만든 공터에 세운 토교빅사이트에서 열렸다. 매년 햄페어가 열렸던 하루미가 주택단지로 개발되는 바람에 작년부터 옮겼다는 것이다. 우리는 신바시역에서 직행전차 유리카모메선을 타고 대회장으로 갔다. 도중 차창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시설 역시 넉넉하게 공간을 잡은 현대식 스타일이었다.     

햄페어가 열린 국제전시장은 우리 코엑스센터와 비슷한 건물이었지만, 이 역시 규모가 넉넉했다. 이 건물의 서관을 JARL코너, 일반업자코너, 클럽코너, 무선기업자코너 등 4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사흘간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JARL코너에는 공작교실, 자작품 컨테스트, 모르스교실, 리사이클코너 같은 것이 있었다. 이번 자작품컨테스트에서는 7MHz SSB/CW 5W 출력의 소형 트랜시버가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우리도 누가 이런 것을 값싸게 만들어내면, HF 보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청을 한 당일에 시험을 보고, 결과까지 알려 준다는 즉석 4급 아마추어시험 신청코너에는 긴 줄이 서 있었다. 하루 50명씩 대회장 건물에서 오후 1시에 시험을 보고, 1시간 뒤에 발표한다고 되어 있었다. 햄인구의 증가추세가 전 같지 않다고 걱정인 데도, 이곳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작년에는 51,000명, 금년에는 59,000명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기대를 했던 무선기업자코너에는 실망했다. 새 기기가 없었다. 이미 잡지광고에서 익숙해진 제품뿐이었다. 이들은 본격적인 새 트랜시버보다는 야에스의 VX-1 같이 초소형 V/U핸디를 주력제품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켄우드, 스탠다드, 알인코 등 모두 그런 종류의 제품을 내놓고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B블록의 일반업자코너에서 중고품과 부품을 파는 데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얼핏 눈에 띄는 것을 보니까, 아이콤의 IC-706에 79,880엔이라는 값이 붙어 있었다. 일본 친구의 이야기에 의하면, TS-440을 3만 엔에 샀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햄기기생산국답게 중고트랜시버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가장 흥미가 있던 곳은 192개의 각종 클럽이 참가했다는 C블록이었다. 대학과 직장, 지역의 클럽들이 모두 자기들의 특색을 자랑하기 위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옛날 레디오와 텔레비전수상기 같은 것을 내놓은 앤틱와이얼레스클럽, 군용무전기만 모아놓은 군용무선기동호회, 이름만 보아도 호기심이 생기는 도청문제연구회, 깡통으로 만든 "칸테나" 같이 특이한 안테나를 만드는 연구회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미제 정크나, KWM-2 같은 콜린스의 옛 명기들을 파는 곳이 단연 돋보였다. 이 정도라면, 우리도 월례 개미시장의 확대판으로 한 번 시도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모인 DXer들의 화제는 마지막 아마추어무선의 오지 북한이었다. 과연 누가 먼저 이 오지에서 전파를 낼 수 있을까. 한 일본 DXer 이야기에 의하면, 일단 처음으로 나진-선봉지역에서 마티 레인(OH2BH)이 운영했다는 PK5국에 중대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재일조총련을 통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한당국이 그의 무선국운영을 허가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조총련서한에는 마티가 무선국을 운영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듯한 모호한 표현이 있었다. 이미 DXCC에서는 마티의 P5 운영을 인정했으므로,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하다.

그 DXer가 보여준 조총련 서한에는 장차 아마추어무선국 운영을 허용하게 될 경우, 그에게 우선적인 배려를 하겠다고 되어 있었다. 일본햄이 북한에서 최초의 전파를 낼 것인가? 북한은 여전히 우리와는 먼 존재로 생각되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7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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