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시련을 기회로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며칠 전,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어느 부모가 왜 IMF(국제금융기구)의 개혁요구사항 중에 왜 혼수문제가 빠져 있느냐고 농담을 했다. 금융개혁이나 정리해고 같이, 우리 나라 경제의 회생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관련 집단의 기득권과 이해관계가 너무 강하게 얽혀 있고, 그 정치적 및 사회적 충격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 동안 미루어 왔지만, 국가부도 임박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IMF의 권고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니 결혼에 관련된 해묵은, 그리고 분명히 잘못된 여러 가지 관습도 이 막강한 국제 금융기구의 입김이면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옛날부터 기둥뿌리가 몇 개 빠진다는 혼수문제라든가, 또 요즘에는 일종의 제도로 굳어진 지나친 청첩장과 부조 문제 같은 것은 모두가 그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선뜻 그 고리를 끊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서로 돕는다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관습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IMF가 '과소비 억제' 등의 적당한 명분을 들어 압력을 가한다면, 못이기는 채 받아들일 수도 있음직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IMF의 개혁요구 중에 우리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것이 빠져 있는 것도 아쉽다. 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규제완화 리스트에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것도 들어 있었더라면, 우리들의 숙원도 쉽게 풀릴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우리 일을 외부의 압력을 이용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부끄럽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아마추어무선행정의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바램이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전문가들의 이야기로는 정작 IMF한파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라고 하는 일종의 예고편일 뿐, 기업의 연쇄파산과 대량 해고 같은 실질적인 충격파는 이제부터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규모가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장래는 이 어떻게 시련을 기회로 잡아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들 모두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이 난국을 이겨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아마추어무선에서는 그 동안 이런 저린 이유로 미루어 왔던 개혁을 이번 기회에 단행할 수 있다. 우선 새 정부는 정부구조를 대폭 개편, 축소하고, 인원을 감축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새해 예산도 7조원 정도를 줄여야 할 형편이다. 지금과 같은 상당부분이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인 아마추어무선행정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이 기회에 아마추어무선행정에도 대폭적인 개혁과 규제완화가 이루어진다면, 최소한의 조그만 희망은 건질 수 있다.

초기에 비해서는 우리 나라에서도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규제가 많이 풀리고 행정이 간소화된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아마추어무선국도 법적으로는 방송국이나 같은 것이라고 해서, 허가나 운영절차가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복잡했다. 송신기에 일일이 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기도 했다. 매달 교신을 한 기록을 체신부(현 정통부)에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추어무선의 발전을 저해했을 뿐, 전파행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금도 서류가 몇 가지 준 것뿐이지, 기본적인 절차는 여전하고, 핸디를 하나 추가하려고 해도 햄숍의 도움이 없이는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번거럽기도 마찬가지다. 작성하는 사람에게도 시간과 금전의 낭비이지만, 그 많은 서류를 받아서 보관하고 처리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많은 장비를 일일이 검사를 하겠다는 생각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도대체 아마추어무선국의 장비를 관리하겠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선기기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전파다. 현재의 전파행정은 전파에 대해서는 방임이라고 할 정도로 관대하고, 무선기기에 대해서만 까다롭다.    

과감한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왜 우리는 선진국의 제도를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일까. 배운다고 해도 기껏 그 시야가 이웃 일본을 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일본이 지금 정부기구축소와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야단이니, 그 결과를 보고 따라가겠다는 것일까.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8년 0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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