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앞을 내다보는 규제완화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이 글이 나올 무렵이면 이미 개정된 전파법과 시행령 및 규칙이 확정되어 시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선된 아마추어무선 관계규정이 포함된 이번 전파법개정은 그 동안 끈질기게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 햄들의 요망 이외에도, IMF 사태 이후 급격히 고조된 구조개혁과 규제완화의 필요성, 그리고 새로 등장한 "국민의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 등이 복합된 결과다. 그러나 이 같은 일찍이 없었던 유리한 환경에 비한다면, 이번 개선안의 내용은 아직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개선안이 현행제도에 비해서 여러 가지 진전된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우선 무선국허가절차에서 아마추어무선국은 가허가제도가 없어지고, 형식인정 기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준공검사절차까지 생략된다. 이 것만 해도 실로 대단한 변화다. 대부분의 햄들이 형식인정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것은 사실상 준공검사절차의 폐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신청을 하고, 허가만 나오면 곧장 무선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이것은 스스로 무전기를 조립해서 무선국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부당한 차별이 된다. 아마추어무선의 정신에 투철하려면, 오히려 탐구정신이 강한 자작파를 더 장려하고 우대해야 한다. 자작파가 점점 희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 준공검사를 실시할 대상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고, 그 실제 효과도 의문이므로, 아예 그런 제도는 처음부터 없애는 것이 실질적이고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이에 앞서 아마추어무선국 허가제도도 주파수대와 전파형식까지 일일이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면허급수에 허용되는 모든 범위가 자동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선기기를 바꾸거나,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때마다 다시 복잡하고 의미도 의심스러운 서류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애써 이루어진 절차간소화의 본래 목적이 손상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의 임무는 아마추어무선국이 규정대로 운영되도록 감독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무선국에 어떤 장비가 있는지 까지 일일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법예고된 개선안 대로라면, 정기검사는 그대로 존속되는 것 같다. 이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준공검사가 폐지되었으면, 정기검사도 당연히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닐까. 준공검사가 없어졌으니 정기검사라도 해야 하겠다는 논리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규제를 어떤 형태로든지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완전히 없애야 하느냐의 원칙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진국의 추세가 실익이 전혀 없는 이런 종류의 규제를 없애는 것이므로, 우리도 과감하게 모든 검사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제는 사실상 의미가 점점 상실되어 가고 있는 상호운영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나라 사람들도 우리 나라에서 아마추어무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한, 자유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었던 상황에 비교한다면, 이 역시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법령뿐만 아니라, 규정이나 구체적인 절차까지도 정비해서, 실제로 외국의 햄이 우리 나라에서 쉽게 아마추어무선을 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입법예고에는 보안교육의 폐지 등 몇 가지 개선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이번 개선안은 현행 제도보다는 발전된 것이고, 세계적인 추세인 포괄제도에도 어느 정도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개선이 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이나 진지한 검토나, 앞을 내다보는 비전도 없이, 단순히 일정한 수치의 규제완화목표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개정안에 아무런 수정없이 들어있는 아마추어국 정의--개인적인 무선기술의 흥미에 의하여 자기훈련과 기술연구에 전용하는 무선국-- 같은 것이다. 여기에는 요즘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아마추어무선국의 사회적 봉사기능이 반영된 흔적이 없다. 폰패치 관계 조항이 빠진 것을 보면, 새로운 매개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에 관한 고려도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 개정안을 만든 사람들이 행정효율화 차원의 규제완화가 아니라, 아마추어무선과 국가의 장래라는 안목을 가지고 접근했더라면, 그 내용은 좀더 달라졌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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