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타이완 지진의 교훈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금년은 전세계적으로 유난히 대규모 지진이 많은 해였다. 8월 17일, 15,460명의 사상자를 낸 터키의 지진에 이어, 9월 21일, 타이완에서도 1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타이완의 경우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당연히 우리의 관심을 더 끌 수밖에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약간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47구의 시체가 발굴된 타이베이시의 숭산호텔은 몇 년 전, 취재를 갔을 때 묵었던 곳이다. 타이베이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 12층 짜리 호텔은 타이완정부 신문국에서 소개를 해주었는데, 숙박비가 쌌고 교통이 편리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 난터우에서 가까운 타이쭝은 타이완의 과학단지 신추를 취재한 다음 방문했던 곳이다. 타이완의 중심부에 있는 이 도시에는 이 나라 최대의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신추과학단지는 우리나라의 대전과학단지를 본받아 만든 곳이라고 하는 데, 그 개념은 완전히 달랐다. 이 곳은 과학단지라고 하기보다는 첨단산업단지다. 각종 첨단산업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완비해 놓은 곳이다. 그래서 물리적인 파괴보다는 정전과 단수에 의한 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자연재난이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는 통신이다. 통신망은 대부분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요즘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휴대전화도 기지국은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설이 발전소에 연결된 전력망에 전원을 의존하고 있다. 그 중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통신망은 마비되고 만다.

 타이완의 경우는 전력망이 마비되고, 통신망도 두절되었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했던 것 같다. 서울에 사는 화교들이 타이완의 가족이나 친척에게 안부전화를 하려고 해도 연결이 되지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실렸다.

그 동안 심심치 않게 활동하고 있던 이 지역의 햄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러나 아무리 뒤져보아도 그들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9월 25일 오후, 타이쭝에 있는 팡(BV4RA)과 교신할 수 있었다. 자기 집은 무사했지만, 푸리시에 있는 아버지 집에 무너졌다고 한다. 그래서 트랜시버를 가지고 사흘 동안 그 곳에 가 있었다고 한다. AARL 뉴스레터에 의하면, 타이완의 햄들은 지진이 발생하자 7060kHz를 비상연락주파수로 잡아놓고 운영했다고 하니까, 이들도 구조활동에 참여한 것은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통신망이 발달했다고 하는 미국도 자연의 재난에는 손을 들 수밖에 없다. 9월 16일부터 미국 동부를 휩쓴 허리케인 플로이드 때문에 뉴욕시에서도 휴대전화가 사흘 동안 마비되었다고 한다.

 미국에는 이런 때를 위해서 아마추어무선비상서비스(Amateur Radio Emergency Service), 아마추어무선민간비상서비스(Radio Amateur Civil Emergency Service) 같은 조직이 있다. 이번 허리케인으로 최악의 재난을 당했다는 노스캐럴라이나에서는 300 명이 넘는 햄들이 구조활동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들은 주로 VHF와 UHF를 사용했지만, 주 전체의 비상연락용으로는 3923kHz와 7232kHz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허리케인감시망을 구성해서 추적을 돕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한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엄청나게 많은 비가 왔고, 또 여러 개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많은 햄들이 지원활동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햄이 가지고 있는 비상통신의 능력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적십자사의 조직과 연맹 및 지부 산하의 재난통신지원조직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햄은 이런 조직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막상 참여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이 같은 조직이 중심이 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도 많은 더 햄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좀더 느슨한 제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그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직장이나 학교의 결근 및 결석, 경비, 사고대책 등--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1999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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