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브루나이 SEANET 총회 방문기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그저 석유부자의 나라라고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브루나이에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연례 SEANET(South East Asia Net) 총회가 열린다고 해서, 이 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느냐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다. 일행은 박영순(HL1IFM) IARU이사 등 7명. 브루나이까지 직항편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18일, 싱거포르에서 하루 밤을 자고, 이튿날 오전 반다르 세리 베가완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착륙한 비행기는 터미널로 가지 않고 그 옆 광장으로 갔다. 세단 몇 대가 나오고 경비병이 정렬했다. 누군가가 우리 비행기에서 내려 그 차를 탔다. 다음 날 SEANET 총회 만찬 주빈으로 초청된 하지 수프리 볼키아왕자 일행이었다. 이 나라는 술탄이 지배하는 왕국인 것이다.

보르네오섬 북쪽해변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면적이 5,765 평방km이고, 인구는 28만밖에 안 되는 조그만 나라다. 그러나 해저유전에서 하루 석유 162,000 바렐, 천연가스 3,170 입방m가 생산되고 있어, 1인당 국민소득으로는 쿠웨이트급에 속하는 부자나라다. 우리나라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28% 가량을 수입하고 있다.

오일달러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도착 첫날 밤, 제루동파크라는 유원지를 방문했을 때였다. 시원하게 뚫린 왕복 4차선 길을 30분 동안 달려 도착한 이 "디즈니랜드"는 입장료는 물론, 각종 놀이기구까지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카트를 타고 한 시간은 돌아다녀야 다 볼 수 있다는 이 곳은 그 넓은 지역에 조명시설이 되어 있었고, 비엔나 월츠에 따라 춤추는 화려한 분수쇼도 있었다. 사람이 좀 모여 있는 곳은 게임방뿐이고, 다른 곳은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SEANET총회는 골치 아픈 토의보다는 1년에 한번 서로 만나 우정을 나누는 장소다. 일정도 관광부터 시작된다. 물론 주최는 동남아지역의 나라가 돌아가면서 맡고, 또 이 지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석하지만, 국경이 없는 햄의 세계이므로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2차대전 때부터 아마추어무선을 했다는 타이완의 첸 팀(BV2A), 4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이사지 시마(JA3AA) 같은 수퍼 올드타이머가 있었다. 첸팀은 90세가 되었다는 데도 정정했다. 시마는 그 또래 햄 5명(JA1AA, JA0AA, JA2AA, JA9AA)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QSL 카드로 만들어 돌려주고 있었다.

  V8 또는 V85라는 프리픽스를 사용하는 브루나이에는 80명 가량의 햄이 있다고 한다. 총회보고서에는 그 중 55명의 콜사인과 주소가 나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무선국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모처럼의 국제적 행사를 치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SEANET는 나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다. 오래 전 일이지만, 한국등반대가 히말라야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를 만난 일이 있었다. 당시는 국제전화가 요즘처럼 편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SEANET. 이 넷을 통해 네팔에서 무선국을 운영하고 있는 모란신부(9N1MM)를 만나서 조난팀과 동행했던 우리 기자를 접촉할 수 있었다. 모란신부는 수 년 전 타계했지만, SEANET의 노래까지 작사했을 정도로 중심적 인물이었다.

  SEANET가 창설된 것은 1964년이다. 그 이래 오늘날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운영방식은 몇 명의 컨트롤러가 돌아가면서, 매일 밤 우리 시간으로 9시, 14.320MHz에서 "긴급 또는 의료통신을 원하는 무선국 있습니까?"라는 말로 체킹(출석점검)을 시작한다. 컨트롤러가 지역이나 나라 이름을 부르면, 자기 콜사인과 시그널 리포트를 주기만 하면 된다. 긴급통신이 있거나, 어느 무선국과 교신하겠다고 요청을 하면, 컨트롤러는 주파수를 지정해서 교신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넷에 별로 참가하는 사람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주파수대가 2급 이상의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운영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도 이제는 이 넷에 관심을 가져 활동무대를 넓힐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총회를 앞두고 7 월과 8월에 실시한 SEANET 컨테스트에서 일본 햄들이 거의 각 부분 상을 휩쓸고 있었다.

  내년에는 교통이 편리하고, 관광도 할 수 있는 타일랜드의 파타야에서 총회를 연다고 한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0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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