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햄은 영원하다...

                             이남규 (HL1DK,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갑작스런 메일로 놀랐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나는 리상하고 27년 전에 14MHz에서 QSO를 한 JA7QQK(JUN)입니다. 기억하고 계신 지요? 이번에 서울에 처음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울(KOREA)과의 QSO에서 먼저 생각이 난 것은 리상이었습니다. 그 때 나는 고교생(17 세)이었는데, 리상이 일본말로 서울 이야기를 해 주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QSL카드에서 리상의 사진을 보면서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느 날 이런 이메일이 왔다. 나는 기억이 없었으므로, 옛날 로그북을  찾아보았다. 있었다. 이름은 고다마 준. 살고 있는 곳은 모리오카시로 되어있었다. 지도를 찾아보니, 호카이도에 가까운 내륙도시였다. 당시 나는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서 HM1DK이란 콜로 열심히 나오고 있었다.

몇 차례 이메일이 오고 간 다음, 지난 2월 14일 밤, 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행 다섯 명과 함께 강남의 어느 호텔에 도착했고, 여행사 직원의 안내로 남산타워와 불고기집을 다녀왔는데, 자유시간은 다음 날, 일요일 하루뿐이고, 월요일 아침에는 돌아간다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을 물어보니 박물관과 고궁, 그리고 동대문시장이었다. 준 자신은 진공관 같은 것을 살 수 있는 정크시장을 가고 싶지만, 일행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광용(HL1IE) OM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

일요일 아침, 우리는 호텔로 가서 준과 그 일행을 만났다. 그는 내 사진이 들어있는 옛날 HM1DK 콜사인의 QSL을 들고 있었다. 일행은 같은 고등학교 교사로, 수학, 물리, 국어, 가사, 체육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한 사람만 빼고는 첫 서울여행일 뿐만 아니라, 첫 해외여행이라고 했다. 모리오카에서는 토쿄보다 서울이 더 가깝고, 직항편이 있는 센다이공항까지 가는 데도 2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역할을 분담했다. IE OM은 준과 함께 차를 타고 여의도 정크시장으로 가고, 나는 나머지 일행을 안내해서 지하철로 중앙박물관으로 갔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 같았다. 영화관의 일본영화 "철도원" 간판,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광경, 그리고 특히 박물관 전시물에서 볼 수 있는 두 나라 문화의 유사점이나 차이점에 흥미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11시 반쯤 중앙박물관에서 다시 합류해서, 경복궁을 거쳐 민속박물관으로 갔다. 점심은 그곳 간이식당에서 먹었다. 그들은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었던 우리들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들을 안내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었다. 준은 우리의 존재가 무척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나도 햄의 우정을 비록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일행 중 세 명은 돌아가면 햄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 시간 사정 때문에 우리는 헤졌다. 그들은 동대문시장으로 갔다. 나중에 준은 약간 헤매기는 했지만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다고 전화를 했다. 다음 날 아침, 나중에 온에로 만나기로 하고 그들은 돌아갔다.

그 며칠 후, 또 하나의 이메일이 왔다. 줄르 프로인트리히(W2JGR). 그는 준과 거의 같은 시기에 교신을 시작했다가, 뉴요크시에 있는 컬럼비아대학교에 공부하러 갔을 때 만났던 사람이었다. 통신기술자였던 그는 교외인 롱아일랜드에서 살고 있었는데, 나는 주말에 몇 번 그 곳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의 집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과자와 음료만 놓고 그 지역 햄들이 모이고 있었다.

실로 오래간만의 소식이었다. 피아노를 가르치던 부인은 암으로 얼마 전 사망했고, 자기는 은퇴해서 미네소타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한다. 한번 햄도 그에 못지 않게 영원한 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번에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HL1DK 이남규, 스포츠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0년 04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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