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모오스 코드가 사라진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유럽무선위원회(ERC)는 3월 6일, CEPT(체신관청회의)의 권고에 따라 아마추어무선 면허시험의 모오스부호 송수신 속도를 그 동안의 분당 12 단어에서 분당 5단어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단어 하나는 평균 5개의 문자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우리 기준으로는 분당 60자에서 분당 25자로 기준이 대폭 완화되는 셈이 된다.

  새로운 규정에 의하면, 면허시험에 합격하려면 최소한 3분 동안 분당 5단어의 속도로 CW를 송수신할 수 있어야 한다. 에러는 수신할 때는 최대 4단어, 송신할 때는 비수정 1단어, 수정 4단어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자동키는 인정되지 않는다.  

  앞으로 CEPT에 가입한 44개 유럽국가는 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면허를 발행하게 된다. 이 면허만 있으면, 가입국 어디에서나 아마추어무선의 모든 주파수와 모드, 출력으로 아마추어무선을 운영할 수 있다. CEPT 회원국 이외에도 미국, 캐나다, 오스트랠리아, 이스라엘, 안틸레스, 인도, 뉴질랜드, 페루, 푸에르토리코, 남아프리카, 홍콩, 싱가포르, 타이 등이 분당 5단어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2003년에 열리는 ITU회의에서는 아마추어무선의 재정의와 함께, 단파대를 운영할 수 있는 아마추어무선 면허의 요건으로서 모르스부호 그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모오스부호통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하기보다는, 폐지하기 위한 잠정적인 성격이 짙다. 다양한 통신수단과 여가활동의 등장으로 햄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 동안 모오스부호 폐지문제는 아마추어무선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왔다. 폐지론자들은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점점 실용성과 효용성을 잃어하고 있는 모오스부호를 아마추어무선 면허의 요건으로 굳이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오스부호 없이도 아마추어무선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상황이다. 그러나 특히 미국이 중심이 된 전통적인 햄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모오스부호는 그 동안 아마추어무선과는 뗄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정착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는 어쩔 수 없었다. 무선통신의 시대를 열었던 모르스부호는 이제 아마추어무선에서도 사라질 운명에 있다. 업무분야에서 끝까지 남아있던 선박통신에서도 1999년을 끝으로 비상통신의 모르스부호 방식을 중단하고, 그 대신 위성통신 등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대체했다. 이제 특수한 목적의 무선통신과 아마추어무선 이외에는 이 고전적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일은 없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는 그 동안 모오스부호 송수신을 요구하지 않는 전화급 면허로도 상당한 수준의 단파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 이 것은 30MHz 이하의 단파대를 운영하려면 모르스부호 송수신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IARU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었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우리 나라의 햄은 그 동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특혜를 누린 셈이다. 그 결과 우리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대조적으로 햄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있었다.

이제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추세에 따라 모오스부호를 포기하고, 음성통신을 비롯해서 그 밖의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도변경과는 관계없이 모르스부호를 연습하고 즐기는 것이다. 나는 사라져 가는 인류유산의 하나인 모오스부호를 어떻게 든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햄밖에 없다.

모오스부호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컴퓨터의 자판을 익히는 노력의 두 배정도면 모르스부호를 배울 수 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혜택은 훨씬 크다. 한자를 모르고도 큰 불편은 없지만, 일단 배우고 나면 지식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처럼, 일단 모르스부호를 습득하면 아마추어무선의 활동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류 마지막 유산의 하나를 지니고 있고, 어쩌면 그 마지막 전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05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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