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개미시장 이야기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실로 오래간만에 지난 7월 두 번째 일요일, 서울 개미시장에 가보았다. 용산 선인상가 주차장에서 개미시장이 열리고 있을 때는 꽤 자주 다녔다. 무엇보다도 지하철 등, 교통편이 편리했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 전자제품 상가가 있었고, 또 점심시간이 되도 입맛대로 식당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을 돌아본 다음, 바로 직장으로 가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점까지 있었다.  

개미시장이 여의도로 옮겨간 뒤에도, 접근사정은 나빠졌지만, 그래도 차편이 생길 때마다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구로구의 고척교 쪽으로 개미시장이 옮겨간 다음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실제 시간적 거리로는 그렇게 멀어진 것은 아닌 데도, 도심 밖으로 멀리 나갔다는 심리적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던 것 같다.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구일역에 도착한 것은 11시였다. 지하철역에서 개미시장까지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지만,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있었으므로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파장에 가까운 시간이었는지, 전반적으로 한산해 보였다. 여전히 정력적인 모습의 유만길(HL1IWW)OM과 몇몇 낯익은 얼굴이 있었으나, 그밖에는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전반적인 인상은 주위 환경을 비롯해서 여의도 개미시장 때와 흡사했다. 나와있는 상품이나 물건도 거의 그대로였다. 그러나 회원들은 위한 배려가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연맹 서울지부 이동사무실이 나와 있었고, 전파기술연구소에서는 무전기 점검과 모스전신기능인정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여성회원클럽(KLARC), 동그라미네트 같은 단체의 텐트도 보였다.

나는 차에서 쓸 수 있는 1/4파장 2m 안테나를 사려고 했으나, 아무리 돌아다녀도 내가 찾는 것은 없었다. 50cm 정도의 철선으로 만든 이 안테나는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실용적이었고, 값도 얼마 되지 않아 항상 차에 꽂아두고 있었는데, 누가 뽑아가 버렸던 것이다. 선인상가 시절에는 많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돌아다니다가 테니스를 할 때 입기 좋을 것 같은, 짧은 바지를 발견하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5,000원을 지출하고 말았다.

다른 곳을 방문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나는 이 개미시장을 좀더 발전시켜서 햄생활의 다른 한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로 전파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들이 가장 쉽게 사람들을 만나고,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교환할 수 있는 장소는 달리 없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오랜 아마추어무선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도 개미시장의 확대판이라고 할 수 있는 햄페어가 햄들에게 가장 큰 행사가 되어 있다.

물론 이들의 햄페어는 규모나 차원에서 우리 개미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1년에 한번 열리는 그들의 행사와는 달리, 우리는 매달 열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달 열리는 개미시장과 병행해서, 반년에 한번이나 1년에 한번, 햄페어급의 본격적인 개미시장을 열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선 현재의 개미시장이 좀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개미시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개인의 참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햄생활을 하다보면 쓰지 않는 장비가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쓸 수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유용한 물건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물건을 팔거나 교환, 또는 기증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우리 개미시장이 어떤 방법을 편리한 개발해서 그런 물건이 재활용될 기회를 만들어주면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큼직한 업체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 및 통신, 컴퓨터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백 명의 고객이 모이는 자리를 그들이 무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9월부터는 서울지부 회원으로 구성된 칼오케스트라밴드가 서울 개미시장에 등장한다고 한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하나씩 모여 우리 개미시장이 세계 아마추어무선의 명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09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