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참사현장에는 항상 햄이 있다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지난 9월 11일, 여객기가 뉴욕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빌딩에 충돌하는 텔레비전 화면은 너무나 리얼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마치 컴퓨터로 만들어낸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거대한 기체가 마치 버터덩어리에 묻히듯 벽면 속으로 사라지고, 그 반대쪽에서  커다란 불길이 솟았다. 비슷한 시간, 워싱턴이 근교 미국방부 건물에도 여객기가 충돌, 수백 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이 두 건물 모두 나와는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월드트레이드센터는 1977년, 컬럽비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었을 무렵 가끔 가보았던 곳이다. 이 센터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관광타운이 형성되어 있었고, 두 건물 사이의 광장에서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좀더 남쪽으로 걸어가면 배터리파크가 있고,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관광선의 선착장이 있다.   

  모양이 5각형이기 때문에 펜타곤이라고 부르는 미국방부 건물 밑에도 지하철역이 있고, 그 지상에는 버스터미널이 있어 북부버지니아의 교통중심지를 형성하고 있다. 1982년, 워싱턴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때는 거의 매일 이 건물을 방문했다. 바로 그곳에서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 최소한 네 명의 햄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 꼭대기 텔레비전 송신탑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스티븐 A 제이콥슨(N2SJ), 윌리엄 V. 스테크먼(WA2ACW), 로버트 D. 치리(KA2OTD)와, 증권회사에서 일하던 마이클 G 제이콥스(AA1GO)가 실종된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햄들의 봉사와 활약이 있었다. 뉴욕시-롱아일랜드지역 긴급통신 책임자 톰 카루바(KA2D)의 지휘 아래 햄봉사자들은 13개의 적십자사 구호소, 재난의료센터, 뉴욕시 비상대책국 같은 곳에 파견되어 활동했다. 참사현장 주변에는 항상 6명 정도의 햄이 배치되어 봉사했다. 자원봉사자의 수는 500명이 넘었고, 이들의 봉사시간 누계는 5000 시간이 넘었다. 이들은 맨해튼에 설치된 147MHz 리피터를 중심으로 비상통신망을 구성했다.

  뉴욕시 일대뿐만 아니라 조지아주의 햄도 남부침례교회 구조대가 운영하는 이동주방과 샤워시설의 통신지원을 맡았다. 이들은 뉴저지공과대학의 아마추어무선클럽(K2MFF) 리피터를 이용해서 현장에 나가있는 구호활동팀과 연락을 취했다.   

  이번 자원봉사활동에서 가장 어린 햄은 롱아일랜드에 사는 10 세 소녀 비벌리 홀츠양이었다. 비벌리양은 9월 14일 면허(KC2IKT)를 받자마자, 아버지 프레드 홀츠(K2PSY)와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면서 심부름을 하고, 비행기가 뜨지 못해 40명의 유럽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적십자 구호소에 가서  8시간 동안 혼자서 핸디로 본부와 교신을 했다고 한다.   

  펜타곤이 테러공격을 받자, 그 부근의 햄 20여명이 6개의 긴급통신 무선국을 설치해놓고 지원활동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인근지역뿐만 아니라 멀리 마운트 버넌에서도 왔다. 이들은 참사 발생일부터 18일까지 하루 20명씩 교대로 활약했다. 이 지역 책임자는 톰 그레고리(N4NW)였다. 이들은 펜타곤에서 멀지 않은 알링턴에 있는 구세군본부와 현장에 나가있는 이동 급식소와 구호소간의 통신을 맡았다. 그레고리의 말에 의하면 잔해를 제거하는 작업과 발전기의 소음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오래 머물 수 없어서 자주 교대를 해야 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엄격한 보안통제가 실시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연방수사국(FBI)이 발행한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은 지역마다 ARES(아마추어무선긴급서비스)가 구성되어 있고, 구세군의 SATERN(구세군비상통신망), REACT(비상무선통신팀), RACES(아마추어무선민간비상통신서비스) 같은 조직이 있어, 재난이 발생하면 그 지역 책임자(Coordinator)를 중심으로 햄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한다. 이번 참사에도 이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발휘했다. 사태가 진정되자 미국아마추어무선연맹(ARRL) 이사장 짐 헤이니(W5JBP)는 위로의 전문을 보내준 전 세계 햄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한 햄들의 공헌에 찬사를 보냈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1년 1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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