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홋카이도 햄의 우정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호카이도는 처음이었다. 사실 2002년 전일본 ARDF경기를 참관하기로 마음먹은 것에도 이 눈의 고장을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아직 눈철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대로 도로에 폭설에 대비한 안전표지시설이 있고, 지붕에도 특수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시선 끝이 닿지 않는 엄청난 평야지대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도로 주변의 집은 거의 전부가 조립식 건물이고, 전통적 목조건물은 보이지 않아 얼핏 미국의 어느 시골 같은 인상을 풍겼다. ARDF 경기장으로 가기 앞서 하룻밤 머문 옛 탄광촌 유바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태백시와 흡사한 곳이었지만, 규모는 훨씬 더 작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를 맞아준 그곳 햄들의 훈훈한 인정이었다. 그들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25명이나 되는 우리 팀을 위해 정성을 다했다. 우리가 10월 4일 치도세공항에 도착해서 7일 오후 떠날 때까지 나흘 동안 자기 버스를 손수 운전하면서 편의를 보아준 사포로 아마추어무선클럽 회장 사코(JA8PQC)씨,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주고, 호카이도에 머무는 동안 줄곧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경기는 물론, 관광까지 온갖 편의를 보아준 이치가와(JR8RRX)씨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경기는 6일, 스나가와에 있는 야영장 소년자연의 집 넓은 경내에서 진행되었다. 하이킹이나 조깅을 할 수 있는 울창한 숲까지 갖춘 이 야영장은 초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었다. 이 곳 역시 간소한 시설이면서도 깨끗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선수단 환영식에 앞서 야영장 직원이 나와 침구정리나 쓰레기 분리 처리법을 능숙한 언변과 제스쳐로 설명해 주었는데, 아마 이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경기는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호카이도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임원으로 동원되었고, 또 일본 안에서도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에 참가선수 규모는 우리나라 전국대회보다 별로 커 보이지 않았다. 일본 선수들은 지난 9월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제 11회 ARDF세계선수권대회에서 D50(여성 50대) 양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고 하지만, 3팀 중 3위였으므로, 우리보다는 한 수 위라고 해도 큰 실력차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항상 거의 낯익은 사람들인 것으로 보아 새로운 선수발굴이 필요할 것 같았다.

  ARDF는 본격적인 스포츠로 간주하는 옛 동유럽권과 아마추어무선의 연장에서 여가활동의 하나로 생각하는 서유럽이나 일본 및 우리나라 사이에는 큰 인식의 차이가 있다. 옛 동유럽권 선수들은 산을 '날아다닐'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논의의 대상이지만, 일단 그 간격을 좁혀보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우리 선수들도 이제는 산악마라톤 수준으로 체력을 강화한 다음 ARDF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경기가 끝난 후 2시간 쯤 걸리는 사포로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3시에 열리는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그들과 작별했다. JARL 호카이도지방본부와 사포로시의 햄들이 호텔 연회장에 마련한 환송회에는 정성이 가득 차 있었다. 정성배 사포로총영사를 비롯해서 한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했다. 100명이 넘는 한국 사람들을 자기 집에 초청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JARL이 지금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지부는 사무실조차 없다고 한다. 이시가리-시리베시지부 지부장 니시다(JA8RAT)씨 말에 의하면, 지부장을 하겠다는 사람도 없어 선거는커녕, 본부장이 '강제로' 임명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닥칠지 모를 상황이다.

  호카이도는 일본 다른 지방에 비해서는 지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호카이도 사람들, 특히 이곳 햄들은 그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노력은 호카이도의 관광자원 선전, 유니세프활동 지원, 재난통신지원 등 광범위한 사회봉사활동에 걸쳐 있었다. 이들은 특히 재난통신에 힘을 기울이고 있어, 20여개의 넷워크 컨트럴국이 활동하고 있고, 매달 8일, 3.535MHz에서 교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환송회에서도 없는 시간을 쪼개 재난통신에 관한 초미니 세미나를 했을 정도다.

  우리가 떠나는 날, 그들은 공항까지 나와 전날 참석하지 못했던 시상식을 열어주었다. 지금도 그들의 훈훈한 우정이 느껴진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2년 1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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