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인터넷의 거품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인터넷 열기가 요즘 전 같지는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매년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컴덱스가 금년에는 전에 없이 규모도 작아지고 한산했다는 것이고, 국내 PC업계도 고전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고속도로에 비유한다면, 길은 어느 정도 뚫렸는데 아직 그 위를 달릴 자동차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 될 것이고, 그에 앞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세라고 할까 문화가 아직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걸려있던 기대의 상당부분이 거품이었다고 실감한 것은 내가 가입했던 인터넷 모임 두 군데가 얼마 전 내분에 휩싸인 것을 발견했을 때였다. 그 하나는 회원이 수천 명이나 되는 클럽으로, 나는 그 중에서 등산반에 가입하고 있었다. 일정한 연령 이상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자격제한이 없는 이 모임에서는 게시판과 몇 개의 소그룹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사이버활동이 진행되고 있었고, 때로는 그들 식의 '아이볼미팅'도 있었다.

  등산반은 어차피 아이볼 중심일 수밖에 없었고, 태백산 눈꽃산행을 비롯해서 여러 차례 등산을 하기도 했다. 그런 모임에는 처음이었던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걱정도 했다. 이러다가 햄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모임 회장의 행동이나 의도에 대해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다른 사람에게 이 모임을 이양했고, 등산반도 자연스럽게 해체되었다. 이 모임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지만, 그 활기는 예전과 같지 않다.

  그 후 나는 다른 인터넷 등산모임에 가입했다. 서울 근교 산을 중심으로 산행을 하는 모임이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이 헌신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모임은 한 주일에 두 번씩 산행을 하고 있었고, 그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힘입어 회원이 몇 달 안에 수십 명에서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회원 증가를 자축한 것도 잠시, 회장의 독선적인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은 운영위원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지금 이 모임은 초기회원이 거의 사라진 채 운영되고 있고, 활기 역시 전과 같지는 않다. 이 모임은 지금 회원들을 정리하고 있다.

  물론 모든 인터넷 모임이 이런 상태는 아닐 것이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디지털카메라를 다루고 있는 한 인터넷사이트는 가입제도도 없는 완전개방형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의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되어있다. 때로는 비방과 역정보가 판을 치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양식이 이기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디지털카메라라는 좀더 구체적인 대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햄의 장래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다. 햄에게는 아마추어무선이라는 구체적인 대상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이익을 초월하는 공동사회적 요소가 있다. 그 것은 우리 모두가 어떤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쉽지 않은 절차를 밟아 입문하게 되었다는 공통의 경험, 개척자들이 이룩한 업적과 전통, 교신이나 아이볼 모임을 통해서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들이 쌓여서 형성된다. 그것은 단순히 특정분야나 지역적 모임의 차원을 넘어 축적되고 있고, 다른 어떤 모임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햄이라는 사실만으로 처음 만난 외국인과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것이다.

 

  햄이 더욱 발전하려면 이 같은 공동사회적 요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물론, 세상이 점점 더 "이익사회"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고, 또 그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조직상의 문제이므로 연맹지도층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게 된다. 이와 함께 햄 각개인은 공동사회적 요소에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것만이 우리 아마추어무선이 다른 취미활동과 구별되고, 다음 세대로 그 전통을 넘겨줄 수 있는 길이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3년 01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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