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새해에 대한 기대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새해란 따지고 보면 부질없는 것이다. 영겁을 향해 흐르는 세월에 시작과 끝이 있을 리 없다. 그래도 세월이 흔적 없이 흘러가게 하기 보다는 달이나 해 또는 계절의 변화를 잡아 매듭을 만들고 사고를 정리하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에 사람들은 새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어쨌든 그동안 나는 이 컬럼에서 새해라는 이유로 글을 쓴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아무래도 우리가 지금 엄청난 변화, 어쩌면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작년 말, 나는 한반도의 미래를 내다보는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의 한미관계 시나리오를 번역한 일이 있었다. 이 시나리오에는 인터넷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 상황이 언급되고, 2008년에는 노후현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그 예언보다 5년이나 앞서 실현되었다. 물론 그의 당선이 인터넷 덕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인터넷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급격하게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아마추어무선 분야를 보면 의외로 이 새로운 문명 매체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다른 분야에 비해 활발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햄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ARRL 홈페이지는 비교적 충실하지만 자료 중심이고, 홍보수단의 하나이고, 의사소통의 자리는 아니다. 이웃 일본 JARL 홈페이지는 간단한 뉴스 중심으로 되어 있어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점에서는 우리 KARL 홈페이지는 비록 자료는 충실하지 않지만, 활발한 게시판이 있어 다른 나라 홈페이지보다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활용에서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통신 분야에서 첨단을 지켜왔던 햄들의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등장하기까지 아마추어무선은 보통 사람들이 전파를 사용해서 온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신도구였다. 이들은 이 첨단매체를 이용해서 바다에서 조난한 선박을 구출하기도 하고, 오지에 고립된 탐험대와 연락을 취하기도 하고, 천재지변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끈임 없이 장비를 연구하고 개발해야 했고, 수시로 변화하는 공간상태를 연구해야 했다. 그러가 그것이 햄에게는 즐거운 도전이고 보람이기도 했다. 무선통신의 개척자 마르코니는 세계 최초의 햄이었다. 그들이 고심해서 개발하고 개척한 세계는 곧 통신업계로 전수되고 통신기술의 대중화 길을 열었다.

  인터넷은 이런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컴퓨터를 인터넷망에 연결하기만 하면 아마추어무선으로서는 불가능했던 일까지도 쉽게 해낼 수 있다. 대화는 물론, 사진을 보낼 수도 있고, 동영상 채팅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무선 인터넷까지 등장하게 되자 아마추어무선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전통적인 햄의 긍지와 자존심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취미로서 아마추어무선의 장래를 믿고 있다. 아무리 편리한 통신수단이 등장한다고 해도 아마추어무선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인간관계와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쉽게 복사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추어무선의 전통적인 가치는 얼마든지 보존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를 위협으로 생각하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혜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도 우리들에게는 인터넷 사용자 분포에서 성별이나 연령층에 따른 심각한 편중현상이 없어 이상적인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새해에는 우리 연맹이 인터넷을 운영상태 공개나 회원의견 수렴 및 의사결정 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운영체제의 일부로 수용하여 IT강국의 이름에 걸맞게 이 분야에서도 앞서기를 바란다.

<HL1DK 이남규, 디지털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3년 02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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