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우정과 인도적 교류

                             이남규 (HL1DK,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이라크전쟁은 예상외로 일찍 끝났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의 오랜 독재체제, 골이 깊은 부족 및 종파적 대립,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극심한 파괴로부터 이 나라가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려면 오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햄으로서 나의 일차적인 관심은 아마추어무선을 통해 이 나라 사람들과 교신을 하고, 우정과 인도적 차원의 교류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북한과는 달리, 이라크에서는 전쟁 직전까지 햄이 활동하고 있었다. 바그다드에는 YI1BGD라는 클럽국이 있었고, 회원들은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장비를 해체해서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고 한다. 이 클럽국은 70년대부터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고, 이라크 아마추어무선연맹(IARA)은 국제아마추어무선연맹(IARU) 회원국으로 남아있었다. 이 클럽국의 주요 운영자인 디야 사야(YI1DZ)는 전쟁 중에도 무사했다고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도전의식이 강해지는 것이 햄이다. 극성스러운 미국인 햄들은 이라크사태가 정상화되기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데일리 DX에 의하면, 마크 스미스(NG5L)는 미제 82공수사단에 종군하면서 나시리아 근처에서 YI/NG5L란 호출부호로 아마추어무선을 운영했다고 한다. 101공수부대를 종군하고 있던 짐 덩커튼(YI/KT4CK)도 YI/KT4CK 란 호출부호로 전파를 냈다고 한다. ARRL은 이라크에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전일지라도, 미군이나 영국군 사령부의 확인만 있으면 이들의 교신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1991년의 걸프전쟁 때도 그런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UN의 세계식량기구(WFP)에서 일하고 있는 햄들도 이 글이 나갈 무렵이면 바그다드에서 전파를 내고 있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피터 케이지어(ON6TT)다. 세계적인 DX 컨테스터로 유명한 그는 200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했을 때 YA5T란 클럽국을 운영했다. 이 밖에도 로버트 카스카(S53R), 마크 데뮬레네레(ON4WW), 매츠 퍼손(SM7PKK) 같은 사람들도 WFP의 일원으로 바그다드에서 전파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카스카는 전쟁발발 직전까지 바그다드에서 전파를 내고 있었다고 한다.

  평양에서 WFP직원으로 일하면서, 북한당국의 중단명령을 받은 작년 11월 22일까지 P5/4L4FN란 콜사인으로 전파를 내서 합계 16,194국과 교신을 하고, 또 ARRL의 DXCC 인정을 받은 것으로 유명해진 에드 지오르가제(4L4FN)도 이라크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3월 1일 북한을 떠난 뒤 터키로 가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취미만을 위해서 햄을 하는 것은 아니다. WFP가 식량구호활동을 위해서는 통신시설이 필수적인데, 그런 일에는 햄만큼 적합한 사람들이 없다. 이들은 VHF 리피터, 위성통신 그리고 HF대 고정국 및 이동국 등을 이용해서 통신망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 통신시설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도 위성통신과 같은 첨단시설을 점차 도입하고 있다. 그 전에는 위성전화를 이용하려면 거창한 장비가 필요했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요즘에는 휴대폰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간단해졌고, 요금도 내려갔다. 하지만 CW에서 위성전화에 이르기까지 어떤 장비를 가지고도 통신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햄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국제아동기금(UNICEF)의 햄클럽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이 클럽은 1992년에 발족, 초기에는 많은 활동을 했지만, 최근 수년 동안은 별로 눈에 띄는 일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시절에는 이 기금의 도움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좋아지면서 거의 그 존재를 잊게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 일본만 해도 많은 햄들이 UNICEF 활동에 참가하여 적극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할 때가 되었다. 자기 취미를 즐기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세계 다른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아마추어무선의 많은 장점 중 하나다.

 

<HL1DK 이남규, 디지틀조선 편집위원  namlee@chosun.com  KARL지 2003년 06월호 DK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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