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COLUMN 

 

 

 SEANET 2003

                             이남규 (HL1DK)

 

SEANET 2003

  지난 11월 28일에서 30일까지 말레이시아의 조흐르바루에서 열렸던 SEANET(South East Asia Net) 2003 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 모임은 31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처음에는 홍콩이나 말레이시아, 타이랜드, 네팔 등 동남아국가를 중심으로 모였지만, 이제는 아시아 전 지역은 물론, 미주나 유럽의 햄도 참석하는 세계적인 모임이 되었다. 이들은 매일 밤 1200 UTC 14.320MHz에 체크인을 하여 인사를 나누고, 연말에 한번 eyeball 모임으로 우정을 다진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 박영순(HL1IFM) OM등 5명이 참가했다.    

  내가 이 모임에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에베레스트원정대가 등정 중 눈사태로 조난했을 때, 현지와의 긴급통신을 도와준 모란신부(9M1MM)를 알게 된 다음부터였다. 그 후 모란신부가 사망하고 멀어졌다가, 99년 브루나이에서 열린 27차 대회에 참가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 참석한 것은 브루나이라는 생소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 더 작용했지만, 그 때부터 이 모임의 독특한 성격에 더 매료되었다. 사흘 동안의 공식일정 중에서 첫 이틀은 함께 관광을 하고, 회의라고 할만한 것은 마지만 날 오전뿐이었다. 요컨대 만나서 그저 이야기하고 관광하는 것이 전부인 모임이다. 내게는 오히려 그게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저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첫 날은 폭포, 관광과수원과 골프장, 해변 그리고 밤중에 반딧불이를 구경하는 보트타기였다. 좁은 해협을 건너 싱가포르와 연결되는 조호르바루에는 사실 이렇다할 관광명소가 없고, 그저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래도 새롭게 보이지만, 다른 동남아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더욱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 것이 이 모임의 매력이다. 다음 날은 왕실(술탄) 박물관과 점심을 낸 한 전자제품 회사를 방문했다. 주최 측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몇 군데 협찬을 활용하고 있었지만, 참석자들은 그저 함께 몰려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 같았다.

  저녁에는 공식 만찬. 손님으로 참석한 조호르바루주 의회의원 롱후휴씨가 찬조연설을 했다. 중국계인 롱의원은 미국이 테러에 대한 전쟁에 대비하여 창설한 본토방위사령부에서 아마추어무선이 비상통신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의외였던 것은 그가 언론을 비판하면서 말레이시아를 있는 그대로 잘 보고 가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일이다.

  조호르바루에 가기 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상가트 싱(9M2SS)이 일하고 있는 우주연구소 Astronautic Technology에서 내년에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하여 말레이시아인을 우주스테이션에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별로 감동을 받지 못했던 나는 귀국 길에 다시 들려 쌍둥이 빌딩과 새 행정수도, 공항을 보고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규모나 구상이 우리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앞서 있었던 것이다. 십여 년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동남아의 한 빈국이었던 말레이시아가 이렇게 달라졌단 말인가. 우리 일행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대로 계속 우물거리다가는 동남아에서도 밀려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SEANET는 동남아의 지역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작은 UN'이라고 자칭할 정도로 문호를 열어 놓고 있다. 이번 모임에서도 주최측은 2005년의 제33차 대회는 한국에서 열어달라고 우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요청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그 동안 이 모임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일본은 자기들이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일본은 인도와의 표대결 끝에 근소한 표차로 실패하긴 했지만, 이제는 우리도 이 대회 개최를 검토해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내년 대회는 태국에서 열린다. 햄이면 누구든지 참석할 수 있다. 우리도 관심과 활동범위를 넓혀 이런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 지역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기를 바란다. 이번 모임에서도 논의되었지만, 특히 젊은 사람들의 참가가 필요다고 생각되었다.

<HL1DK 이남규,  namlee@chosun.com  KARL지 2004년 01월호 DK컬럼>

 

 

Copyright ⓒ2001- 2015   Korea DX Club. All rights reserved.